중국은행타워_건축가 이오 밍 페이를 기리며
얼마 전 루브르 박물관 피라미드인 그랑 루브르를 설계한 중국계 미국 건축가 이오 밍 페이(I.M Pei, 1917~2019)가 102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어린 시절 미국 문화에 심취해 있던 페이는 건축가의 꿈을 가지고 무작정 미국으로 유학길에 올랐었다. 그가 공부를 마칠 때쯤 세계대전이 발발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아예 미국에 뿌리를 내렸다. 미국에 대한 애착이 컸던 그는 결국 미국인으로 살았지만, 중국인의 피가 여전히 흐르고 있었기에 그의 건축은 여전히 중국다움이 묻어있다.
많은 사람이 가보거나 꼭 가보고 싶어 하는 여행 장소인 홍콩 스타의 거리에서 바라본 홍콩섬의 야경은 거대한 작품을 보는 듯해 과히 예술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그곳에서 유난히 세련된 건축물이 하나 있는데 이오 밍 페이의 중국은행 타워이다. 1980년대 말 홍콩섬의 스카이라인은 지금처럼 빌딩들이 아주 높지 않아서 지었을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기록됐다. 이 빌딩은 페이가 설계한 그랑 루브르(le Grand Louvre)의 다음 프로젝트였다. 페이가 중국은행 타워를 설계한 이유는 그랑 루브르로 워낙 유명인사가 됐었기도 했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중국은행의 총지배인이었었기에 그가 중국은행 타워의 설계를 맡은 건 중국의 꽌시 문화 안에서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중국에서 건축하려면 중국의 예민한 특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중국인은 풍수지리학과 미신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 그 면을 골고루 들여다봐야 한다. 페이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중국인들은 8이라는 숫자를 참 좋아한다. 8의 발음이 [ba]인데, 큰돈을 번다는 뜻인 發財[fa//cai] 의 發와 발음이 비슷하다고 해서 8이라는 숫자를 좋아한다. 그래서 1988년 8월 8일에 낙성식을 가지려고 했었지만, 완공이 늦어져 어쩔 수 없이 1989년에 완공됐다.
그 외에도 중국은행 타워는 풍수지리학적으로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페이는 뒤늦게 모더니즘을 이끌면서도 중국 전통을 살려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새로운 건축을 만들어내곤 했다. 이후 그가 설계한 쑤저우 박물관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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