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지 May 14. 2022

가장 간단한 방법

고통스러운 과거 하나쯤 짊어지고 산다. 사람 때문에, 돈 때문에, 그 모든 걸 잃어버린 바보 같은 나 자신 때문에 자책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가. 지금도 잠 못 이루고 뒤척이는가. 고통스러운 과거에서 한 번에 벗어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여기 있다. 지금 행복하면 된다. 지금 내가 행복하면, 내가 살면서 여기까지 쌓아 올린 모든 순간이 제법 봐줄 만한 여정이 된다. 사기도 당하고 돈도 모두 잃어버려 엉망진창이었지만 몇 년 후에 돌아보면 그저 재미있는 추억만 가득 남아 있는 어느 여행의 기억처럼. 그때의 고통은 지금을 위한 추억이 된다. 지금 내가 여기에서 행복하기 때문에. 아 그때 그 인간 때문에 내가 회사를 나와서 백수로 고생은 좀 했지만 지금 그 사람 덕에 이렇게 살게 됐구나. '때문에'가 '덕분에'로 바뀌는 건 아주 간단하다.


그렇담 묻겠지.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지 않은 것이 문제 아닌가 하고. 지금 여기에서 행복한 것이 어디 말처럼 쉽냐고. 뭐 쉽다고까지 말하긴 그렇지만 간단하긴 하다. 지금 내가 가진 걸 좋아하면 된다. 내가 가진 게 뭔지 통 모르겠다면 괜찮다. 지금부터 생각해 봐라. 만약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미안하지만 그런 당신에겐 가망이 없다. 왜냐하면 자신을 속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미 많은 걸 가지고 있다. 다만, 더 좋은 걸 가지지 못해서, 다른 누군가가 가진 것이 더 커 보여서 괴로울 뿐이니까. 그냥 평생 그렇게 사는 수밖에 없다. 그 굴레 역시 당신이 만든 것이고 그 굴레 안에서의 삶이 당신이 갖고 싶은 유일한 것일지 모르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가진 걸 좋아할 자신이 없다면, 좋아하는 게 뭔지 하나씩 생각해보자. 생각하는 순간부터 일 분 전의 나보다 기분이 좋아진 나를 발견할 테니까. 뭐 사실 대단한 걸 가질 필요도 없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생각해 써 보고 운이 좋아 하나씩 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른다. 좋아하는 일이 하나 더 늘어난 오늘을 사는 것. 


그러니까 읽던 책은 잠시 덮어 두고 듣고 있던 시시콜콜한 남 얘기도 좀 접어두고 당신의 지금을 써라. 그냥 이 새벽에 불현듯 떠오른 당신에게 여전히 다정한 말과는 거리가 먼 내가 띄우는 편지. 이 편지를 읽는 것은 당신의 마음이고, 보내는 건 나의 마음이다. 당신에게 여전히 불행하게 살 자유가 있듯이 나에게는 당신이 행복해지길 바랄 자유가 있으므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