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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지 Mar 05. 2016

조금 이상한 여행

낯선 땅, 페로제도로 떠나다


열두날 중 아홉 번을 비행했고 

여기 오기까지 네 개의 공항을 거쳐야 했고

고작 네 시간 머물렀던 나리타에서 지진을 경험했고 

스톡홀름 공항에선 노트북을 잃어버렸고

미케네스 섬 언덕 위에선 끝내 안경을 찾지 못했고

거주민이 오 만명도 안 되는 이 작은 섬에서 살고 있는 

유일한 한국인을 우연히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만났고 

오즈의 마법사에나 나올법한 강한 바람 

초단위로 달라지는 구름과 카멜레온 같은 하늘 

그리고 끝없는 초록의 산을 보았고

때론 사람도 길도 없는 땅 위를 하루 종일 걸었고 

종종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이름 없는 길 위에 서 있었고 

다행히 하루도 아픈 적 없었고 날마다 벅차올랐고 내일이 기대되는 밤을 보냈고 

이 모든 것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되었던 나는 지금을 절대 잊지 말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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