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3일 쾌청함

배탈

by 땀공주

금요일에 부모님 댁에 가서 낮에는 오리백숙을 먹고 그다음 날 토요일은 한우 구이를 먹고 후식으로는 안성의 명물 포도를 실컷 먹고 서울로 다시 오는데 배가 꾸르륵거렸다.

일요일에 교회에 갔다가 날씨가 너무 좋아서 짝꿍과 광화문과 종각 일대를 돌아다니다가 오랜만에 무교동 낙지를 먹었는데, 속이 부글부글한 상태에서 오랜만에 매운 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집에 가는 버스에서 속이 미식거려서 피곤했다.

꾸벅꾸벅 졸면서 집에 도착했고 너무 오랜만에 체한 기분이 들어 스스로 등을 두드리고 실로 엄지 손가락을 묶어서 바늘로 손을 톡 땄다.

요즘 운동을 많이 해서 손가락 피부가 두꺼워진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손톱 밑 피부가 두꺼워진 것은 운동 탓이 아니라 그냥 나이 먹어서 두꺼워진 것 같다. 손이 잘 안 따졌다.

가스 활명수와 환으로 된 소화제 알갱이들을 먹고 강아지 산책을 한 바퀴 다녀온 후 배를 문지르며 자니까 월요일 아침에는 씻은 듯이 나았다.

저녁에 잠깐 배가 아팠던 것인데 어찌나 불편하던지 잠깐만 아파도 건강한 삶을 생각하게 된다.

감기에 걸려서 열이 나면 '아 이렇게 열이 나지 않고 쌩쌩했던 날로 돌아갔으면', 배탈이 나서 미식거리면 '아~ 배가 편안해서 아무거나 먹었으면', 술을 많이 마셔서 숙취로 몸이 가라앉는 날이면 '다음부턴 술 절대 이렇게까지 마시지 말아야지'.. 하면서.

유난스럽다. 글로 써보니까.


그런데 내가 감기에 걸리는 주원인은 환절기에 귀찮아서 옷을 얇게 입고도 겉옷을 챙기지 않고 추울 때도 참기 때문이고, 배탈이 나는 이유는 속이 안 좋은 것을 알면서도 먹고 싶은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기 때문이다. 숙취로 고생하는 이유는 숙취로 고생할 걸 알면서도 부어라 마셔라 하는 것이고.

아프고 나서 유난 떨게 아니라 아프기 전에 유난스럽게 나를 잘 챙겨야 한다. 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귀찮음에 지지 말고 순간의 즐거움에 유혹당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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