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2일 흐리고 시원함

나의 뿌리

by 땀공주

본가에 가서 심심해서 어릴 적에 썼던 일기장 상자를 찾아서 읽었다.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중학생 때까지 썼던 일기들.

매일 비슷한 일상에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살았을 텐데 A4용지 사이즈의 공책을 매일 꽉꽉 채워 글씨를 써놨다.

이제는 공책 한 페이지 써 내려가기가 힘든데 어쩜 그렇게 다양한 주제를 만들어 썼을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어보면 일상의 모든 것이 주제였다.

동생이랑 둘이 있는데 정전이 되어서 무서움을 극복한 이야기, 피아노 학원 선생님이 가는 길에 전단지를 잘 보이는 전봇대에 붙이라 해서 붙이고 집에 간 이야기, 할머니가 빨리 우리 집에 오기를 기다리는 이야기, 엄마가 집에서 떡볶이를 만들어줘서 맛있게 먹은 이야기, 동생이 나를 파리채로 때려서 열받은 이야기, 친구들이 양말 빵꾸 난 걸로 놀려서 엄마한테 말했더니 내일 가서 뒤지게 패주라고 말 한 이야기 등등.

지금도 이런 주제로 글을 쓰라면 쓸 내용이 정말 많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글이란 것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쓴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써도 될 내용, 쓰면 안 될 생각 등을 구분하다 보니 구구절절 글을 쓰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


오래전에 쓴 나의 모든 글들은 나의 뿌리 같다.

지금 39세.

몇 년 전부터 불규칙하게 브런치에 쓴 글들 또한 종종 보면 이 때는 이런 생각을 했네 싶다.

10년 후 49세.

오늘부터 그저 초등학교 시절 일기처럼 일상을 열심히 구구절절 풀어서 기록해 놓는다면 그때 가서 또 생각하겠지. 나의 뿌리들.

열심히 뿌리내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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