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연말 마음 정산

우울하고 절망적인 사람에게

by 땀공주

나는 여전히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마지막 브런치글을 썼던 날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더 꽉 찬 하루를 더 많이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

요즘은 가볍게 쓸 수 있는 네이버 블로그에 일상 위주의 기록을 끄적대고 있는데 어제 11월을 마무리하는 포스팅을 하다가 문득 기쁨을 느꼈다.


남들보다 쉬지 않고 일했고 (내 주변 기준으로), 남들보다 빨리 일을 시작했는데 (이것도 내 주변 기준으로), 지금은 남들보다 가진 것이 너무 없다는 사실에 겉으로는 괜찮은 척했지만 남들에 비해 너무 뒤처졌다는 불안함을 잠재우지 못해 손가시를 뜯고 쌍가마를 꼬며 불안을 달래곤 한다.

그런데, 이제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은 은퇴하고 또는 50대에 인생 2막을 사는데 나는 작년 38살 때부터 인생 2막을 다시 시작했다. 3막일 수도 있다. 4막이 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새로운 챕터를 30대 후반에 시작했다고 생각하면 아주 빨리 시작한 것이 아니냐. 이것은 웃을 일이다. 인생을 리셋하고 다시 바로잡는 기회가 벌써 온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일부터는 더 괜찮아질 것 같았다. 이렇게 괜찮아지고 나면 남들과 비교가 되어도 불안해지지 않겠지.


11월에는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실습 일정이 있었는데, 마침 우연히 가게 된 기관이 심리상담센터였다.

심리와 상담. 나에게는 두 가지 단어가 모두 어색하고 생소한 단어였다. 그래서 가서 뭘 하는지도 알 수 없었는데 실습 과정에서 집단 상담을 경험하고 자아 성찰과 관련된 교육 커리큘럼을 따라가며 뜻밖의 치유 과정을 겪었다.

'마흔을 앞두고 마흔 살이 되면 앞자리가 4로 바뀐 어른이 된 만큼 이 불안을 더 조절하며 살아야 할 텐데!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로또가 되어야 하나! 이직을 해야 하나! 고향에 가서 부모님 하고 살아야 하나!

이 불안들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다 "돈"이다.


2024년 전에 적은 브런치의 글들을 보면 암흑 투성이다.

내가 돈을 좇았지만 돈이 나를 집어삼켰던 시절.

돈을 벌려고 일을 했지만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 왜 일을 해야 하는지 목표도 목적도 점점 사라졌던 시절.

열심히 일했다는 보상심리로 돈을 소중히 하지 않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술 먹는 곳에만 써댔던 시절.

돈돈돈 할수록 돈도 사라졌고 자아도 사라져서 모든 것이 귀찮고 소중한 것이 없던 시절.

그땐 몰랐는데 이번 사회복지실습 때 심리에 관련된 것들을 배우면서 나는 그 시절에 우울증을 겪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알고 있었지만 인정은 하지 못했다. 우울이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깜빡 잊는 일이 거의 없던 내가 일상에 집중을 못하고 깜빡 잊는 일들이 많아 하루 일정에 차질이 생겨 함께 했던 사람에게 비난을 받는 일이 허다했고, 친구들과 가족들을 만나는 것도 귀찮아서 회피했고, 잠을 자다가도 숨이 넘어가지 않아 일어나서 베란다에 나가 찬바람을 쐬기도 했다.


나는 사실 우울의 감정을 복에 겨워서 느끼는 거라고 생각했던 꼰대였다. 고민할 시간이 그만큼 많으니까, 현실이 절박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우울할 시간이 있는 거지 바쁘게 열심히 살면 우울할 시간이 어딨 냐고 그렇게 무식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우울이라는 것은 그냥 아~.... 우울해.... 기분이 처져... 밥맛이 없어... 이런 감정이 아니었다. 매일 어떠한 일을 열심히 하면서 살아도 나 자신을 잃어버리면 누구나 우울할 수 있는 것이었다.


어쨌든 나는 이제 괜찮다.

시절에서 무책임하게 도망쳐버렸고, 새로운 일을 하고 있다.

연봉이 높지 않기로 유명한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남들 눈에 잘 나가는 것처럼 보였던 그 시절보다 돈은 더 현명하게 쓰고 모으고 있다. 빚도 차곡차곡 일상을 소박하게 살면서 갚아가고 있다.

왜 일을 해야 하는지,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 이제 이유와 목표도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

먹는 것과 술에 돈을 쓰는 것도 절제할 수 있게 되었다.

가족들과 친구들을 소중히 하고 자주 만나며 살게 되었다.

내가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지 되찾았고 나를 지키는 과정에 머물게 되었다.


결국 모든 괜찮음은 "나"를 잘 지키는 것에서 시작한다.

쓸 수 있는 돈이 조금 부족하거나 적어도 "나" 자신이 단단하고 내가 나에게 든든한 존재이면 괜찮다.

왜냐하면 내가 나를 괜찮은 상황으로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2025년은 시작할 때부터 각오했다. 2024년에 사람들이 내가 일어설 수 있게 도와준 만큼 2025년은 꽉 채워서 성장하자. 봉사도 하고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사랑을 표현하자. 정말 그렇게 했다.

그냥 일을 하면서 바빴던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도전하면서 성장했고 자아를 되찾았다.

(자아. 그거 되게 중요하다. 돈보다 나를 지켜야 함!)


이 글을 읽는 누군가. 지금 절망적이라면. 새로운 인생 2막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의 시기일지도 모른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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