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러미 뜯기의 매력 정의

말라붙은 손

by 땀공주

손톱에 붙어 있는 살들은 뜯기고 재생되기를 반복해서 흙 묻은 민들레꽃 뿌리같이 거칠고 살이라고 하기엔 애매하게 단단한 거스러미가 되었다.

이 거스러미를 입술로 가져가서 문지르면 얼마나 까끌까끌한지 '아 내 입술이 얼굴 이 쯤에 위치해 있구나' 한다.

글을 쓰다가 잠깐 멈출 때, 웹툰을 한 손으로 보면서, 책상 앞에 앉아서 팔꿈치를 괴고 고민할 때, 누군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을 때, 버스에 가만히 앉아서 등등.

나는 거의 모든 멈춤의 순간에 거스러미를 뜯고 입술에 문지른다.

이 습관이 시작되었던 최초 기억은 10살로 정하기로 했다.

10살의 기억이나 9살의 기억이나 11살의 기억은 잘 구분되지 않고 8살의 기억은 그때의 일기장을 읽어보지 않는 이상 잘 기억나지 않기 때문에 그냥 10살.

2026년 마흔이 되는 해를 기념하여 이 지겹고도 매력적인 묵은 습관에 대해 대놓고 고민해 보고 여러 방면에서 고찰하는 진지충이 잠시 돼 보고자 한다.


엔터를 쳐놓고 깜빡이는 커서를 보며 또 내 입술을 긁고 있는 거스러미와 타이핑을 쉬는 짧은 순간마다 검지와 엄지를 이용해서 튀어나온 거스러미를 뜯고 있는 바쁜 손가락들.

거스러미를 벗기고 벗겨서 못생기게 다듬어진 손톱 주변을 다시 뜯으며 새로운 거스러미를 만들어 내는 이 과정에서 생산성을 느낀다.

만들어진 거스러미를 입술에 가져가 문지르고 긁는 촉감에서 거스러미가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 탐색하고 평가하며 만족감을 느낀다.

없는 것을 만들어내고 만들어낸 결과물이 목적대로 기능을 하는지 확인하는 뜯고 맛보는 과정이 거스러미 뜯기의 매력이다.


KakaoTalk_20251226_16500944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