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랑
작년 여름이었을 거다.
친구랑 인왕산 정상에 올라 내가 사는 은평구 쪽을 바라보면서 "아우~ 어쩜 저렇게 산으로 둘러싸여서 오밀조밀 동네가 귀여울까"라고 말했다.
친구는 "이 새끼는 지가 사는 동네는 다 좋대?"라고 대답했고 나는 대체로 그랬던 것 같다고 인정했다.
어제 또 다른 친구와 강아지 산책을 하면서 동네 이야기, 동네 가게 이야기, 동네 사람들 이야기, 동네 골목 이야기를 하면서 문득 내가 강아지를 키우기 때문에 동네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구나 깨달았다.
지금 내가 키우는 강아지(사실 "개"가 맞지만 오구오구 영원한 강아지임)는 태어난 지 3개월이 되었을 때 데리고 와서 11년째 함께 하고 있는 나의 일부와 같은 존재이다.
11년 전, 강아지를 키우기 전에는 거주하고 있는 동네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하고 퇴근하면 집에 가서 쉬고 자고, 주말에는 다른 동네에 차를 타고 나들이 나가서 놀다가 들어오는 일상이었기 때문에.
강아지를 키우고 난 뒤에는 강형욱 님의 가르침에 따라 매일매일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 두 번씩 나가서 동네 산책을 하게 되었고, 매일 같은 코스로 걸으면 지루하니 점점 새로운 골목 구석구석을 탐험하면서 관심이 없던 동네 가게들, 루틴 하게 만나는 동네 사람 및 강아지들, 집들, 길고양이들 등의 동네 풍경들이 눈에 보이게 되었다.
눈에 꾸준히 담으면 정이 드는 법.
용산구에 살 때도, 마포구에 살 때도, 지금 은평구에 살 때도 나는 내가 사는 동네가 늘 좋다.
용산구는 오래된 건물 사이에 힙한 상점들, 우뚝 솟은 남산 타워와 남산 공원이 매력적이면서도 사람들이 정겨운 동네였고.
마포구에 살던 동네는 조금만 걸으면 한강이 나오고 집 앞에 한 바퀴 돌기 딱 좋은 조용한 공원이 두 군데나 있어서 여유로웠으며 걸어서 공덕 맥도널드까지 다녀올 수 있는 거리라서 가끔 주말 아침 맥모닝을 사다 먹기도 좋았다. 무엇보다 서울 불꽃 축제를 하는 날엔 동네에 명당자리가 많아 축제 분위기가 되어 활기가 넘쳤다.
지금 사는 은평구는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서울인데 전혀 서울 같지 않은 동네이다. 아파트를 제외하고 높은 빌딩이 많지 않아 하늘이 잘 보이고 봉산이라는 동네 뒷산은 낮지도 높지도 않은 딱 부담 없는 높이에 둘레길도 잘 만들어져 있어서 강아지랑 트래킹 하기에 정말 좋다. 날이 춥지 않을 때는 불광천을 따라 달리고 달려 컨디션에 따라 양화대교, 서강대교, 마포대교, 한강대교까지 찍고 아무 데서나 6호선을 타고 돌아오기도 한다.
평소 돌아다니는 걸 너무 좋아하는 성격이라 용산, 마포와 같은 도심에 살 때도 틈만 나면 더 광활한 도심으로 나가서 걷고 구경하다가 집에 귀가하는 걸 즐겨했었는데 지금 사는 동네는 아주 작은 조용한 동네이지만 인프라가 잘 형성되어 있어서 평일에는 정말 아무 데도 가지 않고 동네에만 있어도 만족스럽다.
매일 강아지는 열심히 킁킁 거리며 마킹할 곳과 응가할 곳을 찾고 나는 열심히 눈을 움직이며 동네의 움직임을 담는다.
강아지가 일깨워준 마을을 사랑하는 정겨운 마음.
언젠가 강아지와 헤어지더라도 이 마음이 잊히지 않기를 바라며 어제의 깨달음을 잊기 전에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