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 증후군

열심히 하면 노력하는 만큼 불안한 삶이 될 것입니다.

by 땀공주


“앞으로도 열심히 하면 노력하는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응원과 용기를 주고 잘 되기를 바라는 좋은 마음으로 하는 말일 수 있으나 사실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될 거야 라는 막연한 마음과 결심으로 살아가는 이 세상의 많은 열심이들.

열심히 한 무언가가 실제로 언젠가는 결실을 맺을 수도 있겠지만 과정에서 자신을 상하게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다. 나는 그랬다.


어릴 적의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은 스스로를 경험하고 깨닫게 한다.

'나는 이런 건 잘하고 저런 건 못하는구나~'

'나는 이런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저런 사람이구나'

'나는 이런 걸 할 때 못 견디는구나'

'나는 이런 걸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는구나'

'나는 친구들에 비해 이런 걸 잘하는 사람이구나'

'내가 이걸 했을 때 사람들이 엄청 칭찬을 해주네'

'나 이거 너무 하기 싫어. 나는 저걸 더 하고 싶어'

단순하게 나는 뭐가 좋고, 뭐가 싫고, 어떤 걸 하고 싶고, 하기 싫은지, 어떤 것에 자신감이 생기는지 등을 자연스럽게 알게 한다.


그런데 성인이 되면 내가 잘하는 것만 할 수는 없다.

하기 싫은 일도 잘해야 하고, 하고 싶지 않은 일도 잘해야 하고, 잘 못하는 일도 잘 해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꾸 노력하면 될 줄 알고 이 나라의 노력형 열심이들이 되어 간다.

그런데 내가 내린 결과는 내가 애초부터 잘하지 못하고 하기 싫은 일은 열심히 해도 잘 안된다.


나의 닉네임이 홍열심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은 내가 가장 못 하는 일을 잘하는 척하면서 하고 살던 때였다.

나는 하루도 빼먹지 않고 운동을 할 정도로 운동을 좋아하면서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자료 정리 하는 일을 즐겨하는 사람이고, 책 읽기를 즐겨하고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꼼꼼함 수치가 매우 낮아 아무리 내 수준의 꼼꼼함으로 꼼꼼하게 해야 할 일을 꼼꼼하게 처리해도 꼼꼼한 사람의 눈에는 대충 한 결과물로 받아들여졌으며,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일은 내 수준으로 아무리 섬세하게 만들고자 해도 손으로 뭔가를 잘 창조하는 사람의 눈에는 왜 뭐든 대충 만드냐는 꾸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지난 홍열심으로 살던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나는 매일 손으로 꼼꼼하게 뭔가를 만들어 내야 하고 낯선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을 했으니 우울하지 않을 수가 없던 것.


이제는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하며 살기 때문에 우울감에서 거의 벗어났고, 애써서 못 하는 것을 열심히 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불안함도 많이 가라앉았다.

아직 불안함의 찌꺼기가 남아 있긴 하지만,

‘내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못 하는 일까지 다 잘할 수 있게 너무 애쓰지 말자’라고 태도를 바꾸니 마음에 파도가 칠 때 그것을 가라앉히는 속도가 빨라졌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같이 일 하는 이유는 서로 잘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보완할 수 있어서이지 않을까.

내가 잘하는 것만 하면서 일하고 싶다면 혼자서 하는 일을 하면 된다.

그런데 그럴 수 없다면 우리의 일터가 서로 장점을 알고 상호보완하는 그런 희망적 일터가 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일터는 전쟁터가 되기도 한다. 험담을 하고 비난하고 헐뜯고 미워하고 시기하는 마음이 난무하는 터.

그런데 나부터 정신을 부여잡고 칭찬의 붕대를 들고 한 사람 한 사람 감아주면 이 전쟁을 조금이라도 멈출 수 있다고 믿는다.

"우와! 팀장님, 이런 방법이 있는 줄 몰랐어요. 최고예요. 정말 감사합니다!"

"엑셀 함수 수식 여기까지 안다고? 대단하다. 다시 한번만 보여주라!"

"주임님 덕분에 이 사업 마무리가 무사히 된 것 같아요. 저 혼자 했으면 울었을 거예요. 유유"

"제가 꼼꼼하지 못한데 항상 같이 체크해 주셔서 정말 마음이 놓여요. 저는 다른 면에서 더 보탬이 되겠습니다!ㅎㅎ"

그냥 형식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내가 못 하는 걸 가지고 있는 다른 사람에게 마음과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내가 더 잘하는 것도 표현하고 싶지만 그건 꾹 참아야 한다..(ㅋㅋ) 왜냐하면 내가 더 잘하는지는 다른 사람이 판단하는 것이지 내가 판단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돈을 벌기 위한 곳이기 때문에 회사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힘들다.

그래도 이 글을 마음 맞아 우연히 읽는 한 사람..두 사람...세 사람.... 누군가들이 “나도 내가 잘하는 것을 하겠어!” 하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다른 사람이 잘하는 것을 이끌어줄 줄 아는 구성원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열심히 하면 노력하는 만큼 불안한 삶이 될 것입니다. 쉬엄쉬엄 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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