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일 없는 불안

별 일 없이 산다.

by 땀공주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청년마음건강 정책이 있다.

상담을 경험한 짝꿍이 나에게 신청해 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내년엔 내 나이가 청년 정책 대상에서 벗어나는 때라 지금이 딱 기회라면서..(^^....)

처음엔 나를 생판 모르는 상담사와 만나서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인지, 할 이야기가 있을지, 잘 다듬으면서 살고 있는 마음속 아린 부분이 괜히 건드려져서 불필요하게 눈물로 터지진 않을지, 어떤 피드백을 듣고 나왔을 때 그냥 그때뿐인 건 아닌지 등등을 생각했다.

어쨌든 갖가지 의심과 불안 속에서 신청할까 말까 고민을 했다는 의미이다.

또 정책 신청 인원에 제한이 있을 텐데 내가 신청함으로써 정말 절실하고 상담이 필요한 상황이 좋지 않은 젊은 청년이 기회를 놓치진 않을지도 오지랖 넓게 걱정이 되었는데, 상담 선정이 되기 전에 TCI 검사를 포함한 몇 가지 검사를 온라인으로 하면서 항목 체크에서 '흠... 나는 안 해도 되지 않나? 뭐 이렇다 할 문제가 없는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론은 신청해서 선정이 되어 2월 말부터 상담을 받으러 가기로 했다.

상담 진행이 결정되고 나서 담당 상담사와 약속을 잡았고, 그때부터는 조금 현실적인 불안이 닥치기 시작했다.

나에 대해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하는 거지?

내 이야기를 듣고 혐오하면 어쩌지?

나는 요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매일 운동을 하는 갓생 사는 성인이고, 최근에는 술도 끊음으로써 술, 담배를 하지 않는 어른으로 살고 있고, 직장에서도 나름 칭찬과 인정을 받으며 성실하게 살고 있는 직장인인데 괜히 안 건드려도 되는 부분에 금이 가서 이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어떡하지?

상담사는 아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겠지만 나 같은 사람은 못 만나서 내 얘기를 듣고 얼굴에 당황한 티가 나면 상처받을 것 같은데. 하며

"~지?, ~같은데" 하며 걱정을 불안으로 열심히 이어갔다.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미래에 어떻게 살지 고민하고 걱정하면서 우울감으로 몇 년을 살았는데 아직 그 독이 완전히 빠지지 않은 것이다.


누구나 걱정을 가지고 살 텐데 나는 요즘 오히려 모든 것이 평범하고 괜찮아서 걱정이 된다.

별 일 없이 사는데도 너무 좋은 요즘이라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것이 평화롭게 돌아가다가 불현듯 우리들의 가정에 어떠한 일이 생기면 어쩌지!? ㅎㄷㄷㄷ

지갑에 여유는 없어도 마음에 여유가 있다는 것이 이렇게나 좋은 거구나.. 하다가 갑자기 마음이 예전처럼 엉망이 되면 어쩌지!? ㅎㄷㄷㄷ


너무 행복하면 오히려 불안하다는데 인생은 행복할 때도 있고 행복하지 않은 때도 있음을 이제 건강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서 행복한 시기에 행복을 맘껏 즐기지 못하고 불행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안절부절못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평범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일상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앞으로도 쭉~ 이러겠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충만한 마음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기.


평범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일상이 깨질까 봐 노심초사하지 않고, 앞으로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평범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일상을 빈틈없이 유지하기 위한 강박에 갇히지 말고, 내가 지금 당장하고 있는 일 또는 해야 할 일과 놀이와 만남과 행위와 생각에 충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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