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 사치한 취미생활>을 시작하며
취미를 취미로 즐기지 못하고, 워라밸이 되지 못했던 시기가 제게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말그대로 남들 다하는게 제겐 마치 사치같은...
저는 디렉터로 성장하고 싶었기 때문에 회사에서 지급되는 자기개발비 10만원을 문화생활비로 쓰면서도 추가적으로 비용을 더 들여서 도서, 음반, 영화, 전시, 외국잡지를 샀고, 사진에 대한 안목을 위해 카메라도 사서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남들이 보면 취미활동인데 저에겐 필수교양처럼 오감훈련이기도 했습니다. 취미가 본업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영양제 혹은 내 본업의 에너지를 수혈하고 가차 없이 교체되는 보조배터리 같은.
제가 하는 일은 트렌드에 최전선에 있다 보니 갈수록 팀의 연령대도 낮아지고, 편집장과 보조를 맞춰야 하는 아트디렉터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감성이 영young 해야 했습니다. 감성이 뒤쳐지면 표현에서 이미 진부하게 되니까. 그리고 <그 감성>의 유지가 굉장히 중요했는데, 그래서 취미생활의 즐거움 보단 감성을 유지하고 극대화 시키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이사할때마다 버려지는 책들, 무라카미, 폴오스터, 라디오헤드, 모던락, 데빗보위 여러 과월호의 잡지... 그럼에도 책꽂이에 먼지처럼 쌓인 그때의 흔적들이 지금은 기억도 못할 짐입니다.
문화생활은 채울 수 있었다고 치고, 발품파는 여행은 관심도 없었고. 욜로족이라며 여행에 빠진 사람들을 보면 그 당시엔 한심해 하기도 했었어요. 그들은 일중독인 저를 한심해했을 테고요. 서로가 역차별하며. 풉.
꾸준한 취미가, 나를 표현하는
또 다른 스킬 하나로 장착되다
지금의 저는 본업에 집중하고 취미에 진심 입니다.
취미를 발전시키는 분들을 만나 인터뷰도 하고, 취미를 느끼며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해 보니 삶이 더 풍요로워지더군요.
나 홀로 제주 여행을 갔을 땐, 여행마저 혼자 해야 하냐고 성산일출봉 앞에서 징징댔는데, 또 어찌어찌 오르고 보니 너무 좋아서 코로나시기에는 나홀로 제주 한달살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울릉도 1주일 살이, 부산 5일 여행, 목포, 강릉, 경주여행과 그토록 싫어하던 등산을 생애최초 한라산정상등반 등 모두 나홀로 여행으로 인증했어요. 부산국제영화제, 손놓았던 그림그리기도 다시하고, 야구장도 다니고. 퇴근시간엔 영상편집 학원도 다니고,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등등
제가 그토록 사랑한 일이, 일상의 다른 소소한 행복을 매몰시켰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왜냐면 진짜로 갖고 싶은 단하나를 가졌으니까. 다만 그 시기에 느낄 즐거움이 있었을 텐데 일만 사랑한 것은 좀,,,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지나고보니 느낀 겁니다.
등산을 해본 적도 없는 쌩초보가 한라산 초행길에 과감하게 겁도없이 관음사~성판악코스를 시체끌기 하듯 가보니, 조금 더 어릴 때 운동과 등산을 했더라면 그 좋은 한라산 풍경을 즐기며 오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그랬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도 끝물이라... 행사자체도 볼품 없었고요. 성황기에 못간 것이 아쉬웠습니다. 마치 다늙어 내한한 <라디오헤드>를 락페스티발에라도 보러 안가는 것 처럼.
본업에 집중하고 취미에 진심인 분들을
응원합니다. 저 역시
요즘은 본업 보다 취미가 본업을 앞지를 만큼 수익을 낸다고 합니다. 다만, 졸업후 하고 싶은 일과 전공을 살려서 취업하는 분들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홍의 사치한 취미생활>이란 연재를 통해 소소한 소확행으로 채워질 듯합니다. 또한 홍의 개인인스타와 병행 업로드 될 듯합니다.
굳이 브런치플랫폼이 아닌 곳에서도 취미는 하겠지만,쓸모 있는 취미의 완성을 지향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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