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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gsungg labnote Aug 22. 2024

우린 죽이지 못하면 죽어.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


인류는 "외계 생명체는 없다." 는 이론적 계산을 완료했다. 그 이론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우주의 모든 곳으로 빛의 속도로 무인 우주선을 보내도, 외계 생명체는 없었다. 그 모든 방향의 무인 우주선은 우주의 끝에서 어떤 막에 닿았다. 무인 우주선으로는 그 막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었고, 인류는 유인 우주선으로만 막을 넘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한편 인류는 대기근때문에 생존에 어려움이 있다. 몇몇 사람들은 지구의 대기근을 벗어나기 위해 우주로 떠나는 유인 우주선에 탑승하고 싶어했다. 그들은 막 너머에 도대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답하기 위해 지구를 탈출한다.

우주탈출생존SF.


우주탈출생존SF라고 소개했지만, 우주와 SF는 소재일 뿐이며, 탈출과 생존이 이 소설의 메인 테마다. 소설은 두 부분으로 나눠진다. 1부는 지구에서 탈출하기 위한 1세대 이야기. 2부는 막으로 향하는 무궁화호에서 태어난 세대의 생존 이야기.


현실의 감정소모와 멘탈소모에 지쳐있을 때 이 소설을 읽었다. 소설이 현실과 비슷한 상황이면 괜히 이입해서 소설을 읽지만, 이 소설은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이니까 CCTV를 보고 있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소설을 읽었다. 나는 현생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있었고, 나는 나의 현실을 잊어버리게 하는 이 소설의 추진력과 몰입력으로 무궁화호에 빨려들어갔다.




우린 죽이지 못하면 죽어.
누르지 않으면, 네가 저기에 들어가야 해.


1부에서 형섭과 주인공은 무궁화호에 탑승하는 인원에 선발되기 위해 다른 지원자들을 급작스레 공격하여 죽였다. 그 날 형섭 무리가 다른 인원들을 죽이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들이 죽었을 것이다. 2부의 무궁화호에서 더이상 쓸모가 없어진 사람들은 스팀기(또는 비료제작기)에 들어가서 죽어, 비료가 된다. 스팀기가 고장이 나지 않기 위해서 이발사들이 그 사람들의 머리카락을 잘랐다. 그리고 이발사들은 사람들을 스팀기에 넣고 버튼을 누르는 일을 했다. 이발사들이 그들의 일을 하지 않으면, 이발사로서의 쓸모가 없어지기 때문에 그들이 스팀기에 들어가서 비료가 되어야 했다. 


주인공들은 폭력적이고 거친 상황에 놓여져 있으며. 그들은 주변인의 죽음을 보거나, 주변인을 죽이거나, 본인이 죽기 직전의 상황에 놓인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뛰어나거나. 더 간절하거나. 그래서 남들을 짓밟고 나아가야 한다. 상대방이 죽은 덕분에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


다같이 생존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리자고 말하는 인물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인물은 돈이 많거나 신체 능력이 좋은 등의 특징이 있어, 이미 생존에 있어 우위에 있는 인물이다. 여유가 있으니까 이런 생각이 나오는 법이지. 그 생존 경쟁의 한복판에 있는 인물은 낙관적으로 생각할 여유 따위는 없다.


오징어게임의 기훈은 남들을 배려하고 공존하기 위해 애썼고, 양심에 가책을 느끼며 살아가서 최후의 생존자가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 소설이었다면 ㅆㅂ 기훈이형! 을 외치며 누구보다 악착같이 살고싶었던 상우가 생존했을 것이다.





이렇게 간단한 일이었다니. 이 일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가. 기뻐야 했지만, 기쁘지 않았다.


그렇게 악착같은 경쟁에서 이겨서 하고픈 일을 완수하고 나면 과연 기쁜 마음만이 남아있을까. 그 생존경쟁을 하면서 전혀 모르는 타인들과 믿음직한 주위 동료들과 사랑했던 사람들을 제치고 올라가야 한다. 

결국에 경쟁자들을 물리쳤다는 승리감이 있겠지만, 꼭대기에 올라서 홀로 생존한 외로움, 모든 사람들을 밀어냈다는 죄책감. 다시 경쟁에 들어서게 될까 불안함, 누군가 나를 내치고 올라설까하는 두려움,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올 것이다.




여기는 지옥이야. 내 애가 여기서 살기를 원하지 않아.


누군가를 죽이고 밟고 올라가고 경쟁에 우위에 서야 생존할 수 있다... 24년 현재 많은 선진국은 난민은 더이상 받지 않으려하고, 자국우선주위로 자국의 기업들을 우선시하고. 경쟁이 치열한 우리나라의 상황도 그렇고. 그로 인해 출산율은 점점 떨어지고.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읽었지만, 소설도 지독한 현실이었다.


그래서 나는 경쟁을 하지 않는 나만의 길을 가야겠다고 다짐한다.

이 생각에 대해서는 예전에 써둔 글이 있으니 나중에 그 글을 링크를 걸겠다.

우선은 나와 비슷한 마인드의 광고 영상 링크를 공유한다.

https://youtu.be/kaKQHsUM3Po?si=2ioC0vd9JNOeJ6Sg





결말에 대하여.


전부 농담이야. 모든 게 농담이라고. 지구가 대기근에 빠져서 이 빌어먹을 우주선을 발사한 것도,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사는 것도 전부 다 ㅅㅂ 농담이라고.


결말이 이게 맞나? 싶어서 마지막 챕터를 서너번을 다시 돌아봤다. 결말은 이미 첫번째 챕터에 다 나와있었고. 중간중간에도 결말에 대한 암시가 몇 번 나왔다. 이 우주가 시뮬레이션 우주 중 하나였다. 


이미 이 모든 것들이 시뮬레이션으로 정해져 있다면, 우리는 삶에 의미가 없는 것일까? 나는 그래도 의미는 있다고 생각한다. 신은 모든 것을 알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나는 어떤 방식으로 결정할지 모르고 있으니까. 나는 내 미래를 모르니까. 그 모르는 삶을 따라가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게 아닐까.




우리는 일반적인 전파보다도 매우 빠른 속도로 우주를 달리고 있었고, 당시 한국에서는 그에 맞는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제대로 된 통신 시설을 가동하지 못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매일 내가 컴퓨터로 받는 신호들은 이미 지구에서 코딩된 AI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아이들의 메시지를 제멋대로 해석해 내놓는 것이었고, 아이들이 지구로 보낸 메시지는 즉시 삭제되고 있었다.


전부 농담이야. 모든 게 농담이라고. 지구가 대기근에 빠져서 이 빌어먹을 우주선을 발사한 것도,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사는 것도 전부 다 ㅅㅂ 농담이라고.


"당연하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다 같이 살자고 이러는 거니까."
당연한 이야기였다. 다 살자고 그랬던 것이니까. 다 같이 살자고. 그러자고 우리가 전부 그렇게 살았던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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