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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gsungg labnote Oct 29. 2024

백문이 불여일견 <내 눈이 우주입니다>

★★★



눈에 관한 흥미로운 의학, 과학 정보를 소개하는 과학교양서이다. 과학을 업으로 삼은 이상, 흥미를 위한 과학교양서는 잘 안 읽는다. 내가 과학교양서를 읽을 때는 과학소통을 위해 공부할 때 뿐이다. 지금의 나에게 과학교양서는 왠만해서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그런데 '눈'에 관한 과학교양 신간이 나오다니. 내가 생명과학에 처음 흥미를 가지게 된 그 기관 '눈'에 관한 책은 충분히 나의 이목을 끌만한 책이었다.




성공회 신부 윌리엄 페일리는 자연신학이라는 책에서 사람의 눈을 시계에 비유했다. 예를 들어, 황야를 거닐다가 돌멩이 하나와 시계 하나를 발견했을 때 돌멩이는 단순한 자연의 일부로 간주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그 시계는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지능을 가진 그 누군가가 만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도킨스는 눈먼 시계공에서 페일리의 주장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도킨스는 "생명을 설계하고 창조한 시계공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자연선택이며, 이 자연선택은 계획이나 의도 따위는 가지지 않는 눈먼 시계공"이라며 반박했다.


페일리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빛이라는 외부의 물리정보가 오차없이 정확히 눈의 시각정보로 변환이 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이런 하이테크를 충분히 진화학적으로, 생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시절에는 눈이라는 하이테크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누군가의 디자인과 설계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눈'이라는 감각기관이 하이테크 기계처럼 딱딱 맞아 떨어진다는 걸 배운 이후로 생명과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눈이 가시광선이라는 물리적 신호의 화학신호로 전환하고, 그 신호 전환을 굉장히 정밀하게 미세조정하고, 화학신호를 다시 3차원 세계의 시각 정보로 인지한다. 간단하게 3단계로 시각인지를 요약했지만, 각 단계는 수많은 오묘한 분자적, 물리적 메커니즘을 필요로 한다. 이런 수많은 하이테크 기술이 인간 몸에 기본옵션으로 삽입되어 있다는 게 너무나도 신기해서 생명과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눈은 단순한 감각기관이 아닙니다. 시각은 인간의 정신활동에 가장 많이 관여합니다. 눈매는 사람의 인상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또한 눈동자는 우리 몸에서 가장 다채로운 색을 띄며, 심리 상태가 드러나는 '마음의 창' 입니다.


눈이 파란색과 초록색을 구분하는 원리, 인지를 통해서 빛을 판단하는 원리, 머리 움직임을 보정하여 시각을 받아들이는 원리, 여러 거리에 위치하는 물체들의 초점을 맞추는 원리, 두 개의 분리된 점을 구분하는 원리, 이외에도 수많은 원리를 이용해서 눈은 세상을 본다. 그리고 위의 원리들에 조금씩 문제가 있을 때 안과의사는 의료적으로 그 문제를 고친다. 도수에 맞는 안경을 씌우거나, 색약 필터를 맞추거나, 염증을 완화시키는 안약을 처리한다거나, 각막을 레이저로 깎는 라섹을 한다거나, 기증자의 각막을 이식하는 등의 의료조치를 취한다. 하이테크의 눈이 세상을 보기 위한 거의 모든 시각원리와 의료조치가 이 책에 담겨있다.


책에는 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더 담았다. 눈을 깜빡이거나 눈동자를 움직이면서 사람들은 말없이 서로 소통하기도 하며, 눈물을 흘림으로써 본인의 감정을 내보이기도 한다. 시각을 받아들이는 기능 이외의 눈의 기능도 담겨있다. 그리고 눈은 빛이라는 물리적인 신호를 받아들인다. 빛을 알아야 눈을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어, 책에는 레이저, 자외선, 가시광선 등 눈과 관련된 빛 이야기도 담겨있다. 또한 저자의 주전공인 안과의 역사에 대해서도 담겨있다. 눈이라는 주제가 이렇게 할 말이 많았나 할 정도로 폭넓은 주제가 담겨있는 책이다.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5장 안과 치료의 역사와 미래' 였다. 5장은 눈이나 빛에 대한 자연과학 이야기가 아니라 안과 의료에 관한 내용이었다. 자연과학 전공으로써, 다른 장은 그래도 적절히 배경지식이 있었지만, 5장은 배경지식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조금씩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만큼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특히 노안교정술과 인공수정체 부분은 평소에는 전혀 생각이 닿지 못한 분야였어서 더욱 흥미로웠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고,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는 속담도 있다. 그만큼 눈은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 중 하나이다. 그런 눈에 대한 과학 이야기를 폭넓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던 책이었다. 오랜만에 공부가 아닌 목적으로 과학책을 읽었다. 역시나 눈은 공부하고 또 공부해도 재미있는 메커니즘이 계속 있다.


+ 저자 선생님이 유튜브도 운영하신다. 유튜브 안과 이원장 에는 쾌감쩌는 영상들이 있으니 유튜브도 추천드립니다.


히포크라테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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