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nggsungg labnote Dec 27. 2024

ISTP 과학자, 홍성 랩노트입니다 (1)

S편. Structural biology, 구조 생물학

Structural biology, 구조 생물학이라는 연구분야를 소개한다. MBTI의 순서상, "I"가 제일 먼저 나와야 하고, 나의 메인 연구주제는 IDP (비정형단백질) 이다. 하지만 IDP는 Structural biology를 먼저 소개하지 않고서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S", structural biology 부터 소개한다.


생명과학을 전공으로 선택하면 '캠벨 생명과학'이라는 일반생물학 교과서로 수업을 한다. 56개의 챕터로 이뤄진 캠벨 생명과학의 첫번째 챕터는 '생명 연구의 주제'이다. 첫번째 챕터, '생명 연구의 주제'는 앞으로 남은 55개의 주제를 7가지로 범주화하여 생명과학의 대주제들을 소개한다. 

진화, 생물학의 최상위 주제

생물학적 계층구조의 각 수준에서 창발적 특성이 나타난다.

세포는 생물체의 구조와 기능을 위한 기본 단위다.

생물학적 체계의 모든 수준에서 구조와 기능은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

생물체는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물질과 에너지를 교환한다.

생명의 연속성은 DNA의 유전 정보에 기초한다.

피드백 메커니즘이 생물 체계를 조절한다.




생물학적 체계의 모든 수준에서 구조와 기능은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

7가지 주제 중 위 주제를 연구하는 생물학 분야가 바로, 구조 생물학이다. 이 문장에 딸려오는 '캠벨 생명과학'의 본문은 아래와 같다. 드라이버는 나사를 죄거나 풀기에 적합한 형태이며, 망치는 못을 박을 때 적합한 형태이다. 공구가 어떻게 작동하느냐 하는 것은 그 구조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이를 생물학에 적용하면, 이 주제는 생명체의 해부구조에 대한 지침이 된다. 잎의 얇고 납작한 형태는 엽록체가 빛을 최대한 많이 흡수하게 해준다. 생물학적 구조를 분석하면 이것이 무엇을 하며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역으로 기능을 이해하면 그 구조가 어떠해야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새의 날개는 공기역학적으로 효율적인 형태를 가진다. 날개 뼈는 강하지만 가벼운 벌집 모양의 내부 구조를 가진다. 비행근육은 체내 정보교환을 위해 길이가 매우 긴 구조를 가진 신경세포에 의해 조절된다. 생명을 탐구할 때 서로 다른 수준에서 구조를 관찰하면 매번 그 기능적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Campbell biology 7th edition





생명체의 구조와 기능은 깊은 연관성을 지닌다. 구조를 알면 기능을 알 수 있고,반대로 기능을 알면 구조를 알 수 있다. 날개의 구조도, 날개 뼈의 구조도, 뉴런의 구조도, 미토콘드리아의 구조까지도 모두 새가 날아 움직이는 기능을 위해서 해당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생체분자들까지도 그 분자의 구조와 기능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세포를 구성하는 고분자는 크게 지질, DNA, 그리고 단백질이 있다. 고분자의 구조를 보면, 고분자의 기능을 유추할 있다.

https://en.wikipedia.org/wiki/Lipid_polymorphism

첫번째로, 지질은 성냥처럼 생겼다. 성냥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은 친수성, 즉, 물과 친한 부분이며, 성냥몸통에 해당하는 부분은 소수성, 즉, 물과 섞이지 않는 기름같은 부분이다. 물 안에 여러 개의 지질이 있으면, 친수성인 성냥머리는 물과 닿으려하고, 소수성인 성냥몸통은 물에서부터 피하려한다. 그래서 여러 개의 지질은 아래 그림의 liposome 같은 방울 구조, 즉, 외부와 구분되는 내부 공간을 만든다. 이 구조는 내부에 무언가 담고, 내부를 외부와 구분 짓는 기능을 할 것으로 유추 가능하다. 그리고 이 구조를 기반으로 지질은 세포막을 구성하여, 세포의 외부와 내부를 구분짓는 기능을 한다.




두번째로, DNA는 이중나선, 즉, 꼬여있는 사다리처럼 생겼다. 사다리의 가로대는 4가지의 다른 부품으로 이뤄져있는데, 그 부품들의 길이는 모두 똑같아서 사다리의 폭은 일정하게 유지된다. 사다리 양쪽의 기둥은 꼬여있어서 외부에서 이 꼬인 기둥을 뚫고, 가로대에 닿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 꼬여있는 사다리는 너무나도 길어서, 멀리서 보면 밧줄처럼 생겼다. 따라서 DNA는 밧줄처럼 길게 늘어진 모양도, 꽁꽁 패킹된 모양도 가능하다. 즉, DNA는 4가지의 부품이 4진법 코드로 매우 길게 나열되어 있고, 외부에서는 그 코드에 침입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진다. 단단한 구조를 기반으로 DNA는 튼튼하게 유전코드를 보관하고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https://kr.freepik.com/premium-photo/rope-isolated_18623573.htm


세번째로, 단백질은 각양각색의 구조로 생겼다. 단백질 데이터베이스(CATH)에 따르면 적어도 6,630개 이상의 구조 타입이 있다. 단백질의 구조가 각양각색인 이유는 단백질의 소단위체가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DNA의 소단위체 4개는 모두 동일한 크기이고, 동일한 음전하를 띈다. 그래서 일정한 가로폭을 가지고, 일정한 규칙으로만 조립된다. 그에 비해, 단백질의 소단위체 20개는 크기도 다르고, 음전하/양전하 여부도 다르다. 그래서 단백질은 들쭉날쭉하고, 조립되는 모양도 제각각이다. 비유하자면, DNA는 색만 다른 구슬의 목걸이라면, 단백질은 크기와 모양이 다양한 보석의 목걸이이다. 한 종류의 단백질은 하나의 특정한 구조를 가진다. 하지만 단백질은 여러 종류이기 때문에, 세포 내에는 여러 구조의 단백질이 있다. 그래서 물레방아 구조, 사람의 하체같은 구조, 원반같은 구조 등등, 정말 다양한 구조의 단백질이 존재한다. 그리고 물레방아 구조의 단백질은 수소이온이 물레방아를 돌면서 에너지를 발생하는 기능을 한다. 사람의 하체구조의 단백질은 세포 내의 주어진 길을 따라서 이동하는 기능을 하며, 원반같은 단백질은 원반 안에 산소나 이온을 보관하는 기능을 한다. 다양한 구조의 단백질은 세포 내에서 다양한 기능을 한다. 


Hammond, Bruce, et al. "Toxicological evaluation of proteins introduced into food crops."




구조생물학은 일반적으로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연구하여 그 기능과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생명 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는 학문이다.

구조 생물학은 일반적으로 단백질의 구조를 보고, 그 구조를 기반으로 단백질의 기능과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학문이다. 앞선 문단에서 지질, DNA, 단백질의 구조를 보면 된다고 했지만, 분자 수준에서 그 "본다" 라는 행위가 쉽지가 않다. 초고성능, 초저온전자현미경으로 단백질을 관찰하는 기법이 정립된지가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분자를 일정하게 배열한 크리스탈에 엑스선을 회절시켜, 그 분포된 양상으로 분자 구조를 역계산하는 엑스선 분광법으로 많은 단백질의 구조를 얻어냈다. 그리고 분자 내의 원자가 그 거리에 따라 자기장 내에서 공명하는 패턴이 달라지는 성질을 이용하여 핵자기공명법으로도 단백질의 구조를 얻어내었다. 단백질의 구조를 볼 수 있는 3가지 방법인 초저온전자현미경, 엑스선분광법, 핵자기공명법을 간단하게 한 두 문장으로 요약하기는 했지만, 이 실험 방법들로 하나의 단백질의 구조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평균적으로 5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한 명의 구조생물학 분야 대학원생이 하나의 단백질 구조를 실험적으로 분석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업적이다.


이 구조생물학이 실험하기에 매우 어렵기도 하고, 그 어려움을 극복해서 결과가 나오면 알 수 있는 생명과학 정보도 많다. 이 이유로 구조생물학 분야에 관련한 노벨상 수상자도 굉장히 많다. DNA 이중나선의 구조를 알아낸 왓슨과 크릭이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엑스선회절법으로 분자 및 단백질 구조를 분석한 연구자 3명이 1962년, 1964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핵자기공명법으로 단백질 구조를 분석한 연구자가 2002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초저온전자현미경으로 단백질 구조분석법을 개발한 연구자 3명이 2017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리보뉴클레이즈 구조, 리보솜 구조, 막단백질 구조 등을 분석한 연구자들도 모두 다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렇듯 구조생물학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꾸준히 이정표가 되어왔다. 그리고 현재의 수많은 생명과학 연구실은 직간접적으로 단백질 구조를 힌트삼아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최근, 2024년 노벨 화학상 또한 구조 생물학 분야의 연구자가 수상했다. 연구자들은 실험적으로 단백질의 구조를 분석하는 일이 너무나도 어려우니까, 단백질의 구조를 컴퓨터로 예측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단백질의 소단위체들이 분명히 무슨 규칙을 가지고서 특정한 3차원 구조를 제작하는 것 같은데, 도대체 인간이 구상하는 알고리즘으로는 그 규칙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없었다. 인간의 알고리즘으로는 10개의 단백질 중에서 4개만 3차원 구조를 정확히 예측하고, 6개는 틀렸다. 하지만 최근에 규칙을 잘 발견하는 친구가 나타났으니, 그 이름 바로 딥러닝 인공지능이다. 단백질의 서열과 그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인풋하면 인공지능은 서열과 구조 사이의 규칙을 아웃풋한다. 지금까지 실험적으로 얻어낸 20만개 가까운 단백질의 3차원 구조가 데이터베이스에 쌓여있고, 이 데이터베이스로 인공지능이 학습을 했더니, 매우 높은 정확도로 단백질 구조를 예측했다. 인공지능은 10개 중 9개의 단백질 구조를 정확히 예측했다. 이 단백질 구조 예측 인공지능을 개발한 구글의 알파폴드팀과, 이 분야의 대가인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가 2024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instagram nobelprize_org


단백질 구조가 그 기능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것은 알겠다. 그리고 그 단백질 구조를 확인하는 일도 굉장히 어렵고, 생명과학에서 큰 의미를 갖는 일이라는 것도 알겠다. 그래서 이 단백질 구조가 연구자들말고, 일반 사람들에게는 어떤 효용성을 가지고,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화학 물질을 기반으로 하는 신약을 개발할 때 구조생물학은 가장 근본이 되는 학문이다.


어떤 단백질 X가 발현되면, 암이 유발된다고 가정해보자. 단백질 X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단백질 X가 크리티컬하게 작동하는 부분을 특정한 화학물질로 막아야 한다. 첫번째로, 그 단백질의 중요 부위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바로 단백질의 구조를 알아내어야 한다. 구조를 보면, 유독 두드러지게 움푹 파여있거나, 구멍이 뚫려있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이 바로 단백질 기능의 중요 부위이다. 두번째로, 그 중요 부위를 막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화학물질을 찾아야 한다. 신체에 투여할 수 있는 후보 화학물질이 100만개 정도 있지만, 이 중에서 그 단백질의 중요 부위에 퍼즐처럼 착 결합할 수 있는 물질은 10개 이하이다. 단백질과 화학물질의 구조를 분석해서 어떤 화학물질이 단백질을 가장 잘 억제할 수 있는지 구조생물학으로 분석한다.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에도 구조생물학이 사용된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표면에는 스파이크 단백질이라는 돌기 구조가 있다. 이 스파이크 단백질은 폐세포 표면의 ACE2 라는 단백질에 결합하여, 폐 내부로 바이러스가 침투하도록 한다. 우리 몸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는 이유는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들어오기 때문이고, 세포 내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코로나로 몸이 아프지도 않을 것이다.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폐세포로 들어오지 않게하려면 스파이크 단백질이 ACE2와 결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ACE2와 구조적으로 비슷해서 스파이크 단백질과는 결합하지만, 신체에는 부작용이 없는 유사 ACE2 단백질을 디자인한다면, 스파이크 단백질이 진짜 ACE2 단백질에는 결합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는 단백질을 디자인할 때에도 구조생물학이 사용된다. 




나는 Structural biology, 구조 생물학 분야를 연구한다. 초저온전자현미경과 엑스선회절법을 통해서 단백질의 구조를 실험적으로 분석하려고 한다. 나의 구조 실험의 문제는, 초저온전자현미경을 이용하기에는 단백질이 작은 편이고, 엑스선회절법을 이용하기에는 단백질이 들쭉날쭉하다는 점이다. 인공지능과 시뮬레이션을 이용해서 단백질 구조를 컴퓨터로 예측하고 계산하기도 한다. 컴퓨터를 이용한 구조 예측도 인공지능과 시뮬레이션을 가동할만한 나의 지식 부족과 GPU 부족이라는 문제가 있다. 구조생물학의 이런 수많은 문제들을 극복하고 해결하면서 개인적으로 나는 박사가 되고, 생명과학계에서 한 점 정도를 남기고 싶다.




덧, 짧은 MBTI 이야기.

우릭 교수님은 N형 연구자이고, 나는 S형 연구자이다. 이 차이 때문에 박사과정생 초반에 교수님에게 자주 물어봤던, 그리고 싸가지 없던 질문이 있다. "그래서 그런 메커니즘이 생명체에 실재하나요?" "교수님의 이론을 뒷받침할 모델 시스템이 존재하나요?" 그 때는 나를 이끌어줄 선배도 없고, 대학원생이 뭐하는지도 잘 몰라서 이런 질문들을 했는데, 이제는 안다. 그 메커니즘이 생명체에 실재하는지, 교수님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모델 시스템이 존재하는지 찾는 사람이 대학원생이고, 나라는 걸 안다. N 유형이 자주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S 유형은 "말이 되는 소리"로 만든다. N형 교수님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력을 실현시키는 사람이 바로 S형 대학원생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