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nggsungg labnote Jan 02. 2025

홍성랩노트의 24년 회고와 25년 목표

오피셜한 24년 회고.

.

2024 목표. Cryo-EM과 MD simulation 공부하기. 링크드인 계정 생성하기. 논문 요약 및 의견 업로드 하기. 과학문화 양성과정 수강하기. 재테크 시도해서 돈 모으기. 운전연수받아서 능숙하게 운전하기.

.

2024 성취. Cryo-EM은 출장에서 꽤 업그레이드 되었고, MD simulation 은 프로그램 설치 및 실행도 진행하면서 공부 중. / 링크드인 계정 생성했고, 그 계정으로 학회에서 네트워킹을 조금함. / 논문 요약 및 의견 업로드는 할 수 없었음. 대신에 새로운 템플릿으로 인스타 게시글 업로드. / 과학문화 양성과정이 열리지 않았음. 대신에 앞서 인공지능 활용한 단백질-리간드 신약개발 과정을 수료함. / 재테크 시도해서 돈을 아주 조금 모으기는 했음. 국장은 도박 느낌으로 테마주만 해야 한다. / 길만 잘 알고 있다면 능숙하게 운전 가능.

.

2025 목표. 올해는 진짜 노선 확실히 정해서 논문 제출하기. / 25학년도에는 박사 졸업하기. /  브런치 북으로 30편의 글 완성하기. / 스픽 AI 버전으로 불꽃 300일 유지하면서 회화 공부하기. / 한 달에 한 번 약속 잡기.

.

올해의 노래. GroovyRoom - Yes or No (Feat. 허윤진 of LE SSERAFIM, Crush)

올해의 앨범. Day6 - Fourever

올해의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올해의 드라마. 닭강정

올해의 예능. 주식은 지금.

올해의 책. 지구 끝의 온실.

.

올해의 컨텐츠를 선정할 때, 올해의 책은 원래 선정을 안 했다. 왜냐하면 올해 출간된 책을 읽을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그래도 책을 자의로 많이 읽은 관계로, 올해 출간된 책은 아니지만 한 권 뽑아봤다. (참고로, 2023년의 책은 총, 균, 쇠 였다.) 올해의 컨텐츠에 아쉽게 들어가지 못한 컨텐츠들은 다음과 같다. / 존박 (John Park) - VISTA (feat. Gaeko, THAMA) / 퍼펙트 데이즈 / 김화진 - 나주에 대하여 / 양귀자 - 모순 

.

honggsungg_labnote 계정 관련. 사람들을 만날 자리가 있으면 명함을 전해줬다. 올해 중반부터는 새롭게 인스타 게시글의 템플릿을 제작해서 게시글을 업로드하고 있다. 25년에는 새로운 템플릿에 걸맞는 새로운 명함을 나눠드릴 계획이다. 독후감이나 에세이도 까먹지 않고 좀좀따리 작성했다. 그리고 브런치를 개설해서 브런치에 텍스트 위주의 게시글을, 인스타에는 이미지 위주의 게시글을 업로드하고 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인스타그램 팔로워 700명을 달성했다. 연구 기밀 때문에 SNS에는 자세히 기록하지 못하지만, 꾸준히 연구 기록을 봐주는 팔로워분들 감사합니다.

.

대학원생이라는 본업에서는 졸업을 하고 싶다. 2025년에 다른 목표를 딱히 세우지 않은 이유는 졸업이라는 최우선의 목표를 너무 달성하고 싶기 때문이다. 다른 일은 다 미뤄두고 졸업을 하자. 두번째 프로젝트는 제껴두고 첫번째 프로젝트를 마무리해서 논문을 내고, 이 논문으로 졸업을 하자. 대학원생은 이제 그만하자.




감상적인 24년 회고.

.

곧 이십 대가 끝난다. 아홉수라 그런지, 올해에 대한 나의 인상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올해는 A 프로젝트 분석파트의 큰 실수 발견과, 제출했던 모든 연구비 제안서에서의 탈락으로 시작했다. 연구비와 인건비가 거의 없어서, 전반기 내내 대학원생으로서의 회의감으로 가득 찼다. 낮아진 자존감으로 인해 여름휴가를 우울하게 보낼 수밖에 없었다. 후반기에는 앞서 말한 A 프로젝트의 큰 실수를 검토하면서, 수정해야 할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A 프로젝트만 완료해도 박사를 졸업하기에는 충분한 성과라고 판단했다. 원래는 교수님의 가스라이팅에 휩쓸려서 A 프로젝트에다가 B 프로젝트까지 끝마치려고 했다. 그렇게 B 프로젝트는 버려두고, A 프로젝트의 분석과 논문작업을 하고 있는 연말이다.

.

슬슬 학부 동기들과 지인들이 박사를 졸업하기 시작한다. 너무 부럽다. 아는 선배들과 친구들, 심지어는 가족 중에서도 결혼을 한다고 소식을 전해온다. 너무 부럽다. 나는 아직도 멍청한 대학원생이고, 현재 만나는 사람도 없고, 내세울만한 외모도 없다. 시간도 없고, 돈도 없고, 체력도 없다. 나말고 모든 사람들이 다 부럽다.

.

이동진 평론가가 라이프 플러스 유튜브의 여행편에서 언급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프린스턴 대학에서 했었던 심리 실험이다. 학생이 A 건물에서 출발해서, B 건물에서 발표를 하러 간다. 학생들은 A 건물에서 발표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런데 중간에 연기자를 섭외해서, A 건물과 B 건물 사이의 경로에서 발작을 일으키게 했다. 주변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이 학생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 심리 실험이었다. 911에 신고하고, CPR도 하는 학생들이 있는가하면, 발만 동동구르다가 가는 사람도 있고, 본체만체하는 사람도 있었다. 심리 연구는 발작 환자를 어떤 사람들이 도와주고, 어떤 사람들이 안 도와주는지를 분석했다. 도움을 주는 사람들 사이의 유의미한 연관관계는 딱 하나 밖에 없었다. "여유" 20분 전에 출발시킨 사람은 10분의 여유가 있으니 911을 불렀고, 2분 전에 출발시킨 사람은 늦었으니까 본척만척 지나갔다. 바쁘고 여유가 없는 사람은 도와주지 않았다. 즉, 악은 바쁨에서 나오고 선은 여유에서 나온다.

.

마음에도, 지갑에도, 시간에도, 그 어느 곳에도 여유가 없는 24년이었다. 그만큼 악하고 이기적인 한 해였다. 나의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그들을 충분히 축하해주지 못하고, 모든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만 했다. 내가 내세울 수 있는 무언가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나는 점점 작아지고만 있다. 또한 나의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행복하지 못했던 과거의 성현이에게도 너무 미안하다.

.

여유로운 2025년이 되면 좋겠다. 어떠한 성현이든 간에 사랑하자. 더 나은 사람이 돼보자.

.

.

.

낮은 텐션으로 글을 끝내지 말자. 랩미팅 때 발표할 결과가 많아서 매번 강제로 2주씩 발표를 했다. 반년 정도는 행복에 겨웠다. 데이터 프로세싱 관련해서 많은 툴을 배우고 익혔다. 책 20권 영화 20편 감상했다. 기분 전환겸 프로필을 촬영했다. 달성했던 일과 행복했던 일도 건포도처럼 박혀있던 24년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