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취미는 혼술이에요
본사 교육을 가게 된 어느 날, 타 지역에서 모인 사람들이 모였기에 각자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소개를 하기 전 공통된 내용을 소개하기 위해 각자에게 ‘네임 텐트(name tent)’가 주어진다.
“가운데 이름을 쓰고, 오른쪽 위에는 가장 좋아하는 음료 / 왼쪽 위에는 각자의 매장 / 오른쪽 아래에는 MBTI / 아래쪽 아래에는 취미를 적어주세요”
3가지는 이미 답이 정해져 있기에 순식간에 써 내려갔지만 ‘취미’는 언제 적어도 항상 고민하게 된다. “취미를 적으세요”라고 들은 순간 내 머릿속에 번뜩 떠올랐던 건 육아였다. 자고, 먹고, 일하는 시간 외에 내가 하는 일은 육아니까 말이다. 아무리 워킹맘이라지만 취미가 육아인 건 조금 씁쓸했다. 오랜만에 ‘자기’ 소개를 하는데 여기서까지 엄마인 나를 먼저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취미를 적으라고 하는 의미는 분명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 먼저 공감대를 가지게 해 주거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함이었을 텐데 과반수가 20대 이상인 이 곳에서 육아라는 것이 얼마나 큰 흥미를 일으킬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육아 다음으로 떠오른 ‘혼술’을 적었다. 한 명씩 자기소개를 진행했고, 혼술을 적은 나에게 술을 소재삼아 여러 가지 질문들이 들어왔다. 어떤 술을 주로 마시는지, 추천해 줄 술이 있는지, 어떻게 마셔야 더 맛있는지 등등 사소하지만 가볍게 대화가 이어졌다. 이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시 듣기 시작했는데 마침 내가 생각했던 그 말이 들려왔다.
“제 취미는 육아예요”
취미: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취미란 3가지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기준)
1. 식사시간, 취침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몰두할 수 있는 일(어쩔 수 없이 못 먹게 되고, 못 자게 되는 경우 제외)
2. 더욱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고, 그만큼 더욱 확장시킬 수 있는 일
3. 돈과 시간을 투자할수록 더욱 행복해지는 일
세 가지 조건을 육아에 대입해 보면 들어맞는 것 같으면서도 육아를 취미로 말하기에는 마음이 허락하질 않는다. 취미는 나를 잃지 않고, 나라는 존재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할 것이다. ‘혼술’이라는 취미도 사실 취미라고 하기엔 애매하지만 이를 계기로 조금 더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취미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더 많이 마시겠다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공부하면서 마시겠다는 것도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