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홍 May 19. 2024

마음을 현재에 두기

어떤 날은 그렇다. 현재의 내가 너무 불행하고 불쌍해서, 미래의 나만이 행복할 것 같다. 행복이 여기에 있지 않고 미래에만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행복할 미래의 나를 부러워할 뿐 현재의 나는 가엾게 여기게 된다. 또 어떤 날은 이렇다. 미래에 일어날 미리 예정된 일들이 미리 속상해서 현재의 행복이 보이지 않는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느라 눈앞에서 웃고 있는 조카의 웃음소리를 듣고도 마냥 같이 해맑게 웃어줄 수가 없다. 가족들과 도란도란 앉아 맛있는 식사를 하고, 귀여운 조카가 나를 보고 웃어주는, 객관적으로는 분명 행복한 시간이 맞는데도 나는 그것을 누릴 수 없다.

결국 나는 행복을 미래에 둬서 오늘이 불행하고, 행복이 현재에 있는데도 오늘을 걱정으로 보내느라 행복한 시간이 없는 사람이었다.

사람은 모두들 부정적인 것을 오래 기억한다고 한다. 한평생 내가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스스로 세뇌시켰다. 나란 사람이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기가 힘들었다. 우연히 펼친 책에서 동물들은 본래 위험 회피 능력을 갖고 있다고, 그래서 다들 마땅히 나쁜 쪽으로 먼저 생각한다고 써져 있었다. 내가 특별히 부정적인 사람인 것이 아니라서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내용의 책들을 읽고, 감사일기에 감사한 것들을 줄줄이 나열해 봐도 도저히 마음이 나아지지 않는 때가 있다. 이런 때는 운동을 하는 게 좋다. 운동은 나의 감각을 모두 현재에 맞추게 만든다. 근육의 움직임, 거칠어지는 호흡과 빨리 뛰기 시작하는 심장, 체온이 올라가 몸이 빨갛게 익어 가고 있는 느낌. 감각은 온통 현재의 나에게만 있다. 내가 현재를 살고 있음을 자각하게 만든다. 과거의 나도, 미래의 나도 아니다. 조금이라도 잡념을 하게 되면 현재 나의 근육의 움직임이, 호흡이, 심장박동이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특히 여러분들에게 수영을 추천한다. 수영은 한번 벽을 딛고 발차기를 하면 중간에 멈출 수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25미터를 채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중간에 멈추는 일은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위험하다. 머릿속은 온통 25미터를 채운다는 생각으로만 가득해진다. 벽 끝까지 왔어도 계속 멈춰있을 수 없다. 레인 폭은 한정되어 있다. 내가 계속해서 자리를 차지하고 쉴 순 없다. 적당히 쉬었으면, 다시 벽을 차고 나아가야 한다.

또, 계속해서 움직여야 한다. 쉬지 않고 팔을 돌리고 발을 차야 한다. 제대로 동작하지 않으면 그만 수면 아래로 뽀글뽀글 가라앉는다. 수영하는 동안엔 수면아래에서 멍 때리고 있을 수 없다. 숨을 쉴 수 없기 때문이다. 반드시 계속해서 움직여야 한다. 호흡을 하러 올라와야 한다. 내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나의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속에서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며 헤엄치는 건 있을 수 없다. 나란히 수영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레인은 일방통행이다. 수영하는 동안엔 당연히 핸드폰도 사용할 수 없다. 집 중력은 최고조가 된다. 운동할 때도 산만한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한다. 다른 사람이 동작을 어떻게 하든 신경 쓸 수 없다. 나의 관심은 오로지 현재의 나에게만 있다.

그러나 당연히, 수영을 한다고 해서 모든 불안과 괴로움을 다 떨칠 순 없다. 다만 다시금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감각이 돌아올 때까지 마음을 현재에 붙잡아 둘 수 있다. 마음을 현재에 간신히 간신히 한 손 한 손 잡아두다 보면, 밀물처럼 썰물처럼 요동치던 마음이 잔잔해지는 때가 반드시 또 온다.

작가의 이전글 수영이 좋은 건지, 수영복이 좋은 건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