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 틱… 붐!
너를 움직이는 게 두려움이야, 사랑이야?
- 영화 ‘틱, 틱... 붐!’ (2021)-
지금까지는 두려움이었던 것 같아.
그게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이었다.
간결한 세 단어가 내 마음을 뒤흔들었던 이유는 내가 사랑으로 이미 옳은 답을 정해두었기 때문이었다. 움직이는 동기가 두려움이면 잘못된 거였고, 그래서 내 삶도 잘못된 거라고 생각했다.
두려움으로 움직이는 삶은 어떤 삶일까. 그건 아마도 생존의 삶일 것이다. 서울에 사는 중산층 개신교 나르시시스트 부모 아래에서 아동학대와 차별을 당했지만 받아온 것도 많은 장녀 퀴어 여성애자. 경제적 유복함으로 받은 게 많은 삶이지만, 나 자신으로 살기에는 너무 어려운 삶이라고 생각한다. 교차성으로 점철된 나를 이해한 것도 최근의 일이다. 특히 자아가 확립되는 10대와 20대 초반에 나는 우울했고 열등감과 부러움을 해소하지 못했다. 안정과 사랑이 있는 가족이 내게는 당연하지 않았다. 기대하고, 거절당한 뒤 실망하고, 타협하고 다시 기대하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체념을 배우기에는 너무 어렸고, 세상은 내가 못 가진 걸 당연하다고 하는 사람들 투성이라 나는 계속 기대를 했고, 실망을 했다. 그러면서도 자유를 얻고 싶어 했다.
성인이 되면 자유를 얻을 수 있어.
대학을 졸업하면 자유를 얻을 수 있어.
경제적으로 독립하면 자유를 얻을 수 있어.
그렇게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부모를 향한 기대를 놓지 못했던 나는, 계속해서 자유를 미루면서 지금까지의 삶을 살았다. 계속해서 언젠가의 자유를 꿈꾸며, 현재를 희생하며 살았다. 그래서 내 인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이 삶은 잘못된 삶일까?
아니. 일찍 자유를 찾지 못한 게 내 아쉬움이 될 수는 있어도, 옳지 않은 선택은 없다. 이 영화는 120분 동안 라슨과 친구들의 모든 선택과 그들의 삶을 통해 말한다. 두려움과 사랑, 두 가지 발판 중에 어떤 발판을 선택해서 딛고 달려 나가든 상관없다. 사실 멈추거나 뒤로 가도 상관이 없다. 모든 선택은 당시의 자신이 내릴 수 있는 최선이기에 응원받아 마땅하다고 말한다. 모두가 모두의 삶을 부러워하고, 자신의 삶에게 지쳐서 후회하거나 돌아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살아갈 뿐이었다. 라슨의 경우, 그는 작가이기에, 그저 계속 쓸 뿐이었다.
그럼 나도 그저 살아가도 괜찮지 않을까.
두려움이든 사랑이든 삶을 지속시키고 내가 생존할 수 있다면, 내가 살아갈 수 있는 방향이라면 그거로 충분하지 않을까. 삶을 내가 채우고 싶은 것들로 채우면 되지 않을까. 그럼 내 예전의 선택들도 괜찮은 게 아닐까.
그 순간 나는 내가 예전의 나를 용서했음을 깨달았다.
나는 나를 조금 더 사랑해 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