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의 마침표.

그리고 새로운 시작점, 예비역 소령 진급.

by 홍진


25.3.31. 전역 당시

2010년부터 2025년까지 총 15화로 구성된 인간극장 ‘홍진선의 천진난만 군대일기‘는 지난 3월 31일 국군재정관리단에서 실시된 전역식을 끝으로 종영되었었다. 그 드라마가 ’극장판’ 혹은 ‘외전’이라는 이름으로. 어쩌면 팬 서비스로 또 한 번의 결말을 지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예비역 소령. 내게는 그렇게도 미련이었고, 갖고 싶었던 계급이었다. 힘들고 괴로운 순간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즐거움이 더욱 컸던 군 생활에 어찌 실수가 없었을까. 선후배 그리고 동기들의 조언을 뒤로했던 나. 혹은 군인으로서의 자질과 역량이 부족했던 나. 그럼에도 조직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나아갔던 동료들에 감사하다. 어쩌면 나는 이 모든 것을 알고 계획하신 하나님의 뜻대로 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길 위에서 오늘도 기록을 남긴다.


지난 8월 13일, 육군본부에서 주관하여 실시한 ‘2025년 육군 예비역 간부 진급 임용 선발’ 제도를 통해 예비역 소령으로 진급했다. 서류접수, 1차 서류심사, 2차 신체검사를 통해 진급 대상자로 선발된 후 예비역 진급자 교육을 이수하면서 동시에 소령으로 진급하게 되었다. 교육은 정훈병과 교육을 맡고 있는 국방정신전력원에서 2박 3일 간 실시되었으며, 국가관·대적관·군인정신 교육부터 전쟁법, 동원교육, 합동공보작전 교육 등 교관에 의해 야간교육까지 빈틈없이 진행되었다. 나를 포함하여 교육에 참여한 총 9명의 예비역 대위와, 1명의 예비역 하사는 정훈병과 예비역으로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 해 교육받았다. 우리는 정훈장교로서 임무에 최선을 다했으며, 정훈병과 예비역으로서 부끄러움 없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선배, 동기 그리고 후배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으로 말이다.


교육은 실제로 탄탄했다. 다시 OAC에 들어온 기분이었다고 할까? 시간은 부족한데 ‘아이디어’를 내고, 자료를 ’수집‘하고, ’PPT 제작’과 ’발표‘까지 마쳐야 했던 압박감. 교육에 이어서 곧바로 치렀던 쪽지시험의 부담감. 힘들지만 함께여서 즐거웠고, 외롭지만 함께해서 든든했던 그 시절, OAC가 떠올랐다. 1일 차 합동공보작전 이론교육 후 야간에 실시한 조 단위 발표는 오히려 수월했다. 2일 차 아침부터 야간까지 진행된 정신전력 9개 과제 교육이 끝나기 무섭게 30분 동안 치러야했던 필기시험은 정말 고역이었다. 짧은 시간에 함축적으로 교육을 진행한 교관들도 힘들었겠지만, 교육 종료와 동시에 시험을 보는 예비역 간부들에게도 탄성이 절로 나오는 순간들이 많았다. 지난 5년에서 15년 간 정훈장교 또는 정훈 부사관으로 근무했다지만 짧은 교육 시간에 치러지는 필기시험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10명의 정예 예비역들이 포기하지 않고 모범답안을 내놓았다는 것에 또 한 번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그리고 후배 정훈장교들에게 모범이 되는 사례로 교관들이 활용해 주길 바라는 작은 소망이 싹트는 부분이랄까? 서로가 서로에게, 선배가 후배에게, 후배가 선배에게, 동기가 동기에게 부끄럽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던 우리의 모습을 말이다.


교육 수료 및 진급식 모습. 예비역 소령 임명 후 선서를 하고 있다.
소령 임명장 수여 후에 계급장을 달아주시는 국방정신전력원장 직무대리 교수부장님 그리고 상장 수여.
예비역 소령 9명과 예비역 중사 1명 단체사진 그리고 같은 3사 선배 동기이면서 동시에 ‘OAC 동기’인 선배 동기와 함께 사진 촬영.

이번 교육이 뜻깊었던 수많은 이유 중에서 조금은 유치하지만 그래도 좋았던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다. 현역 때도 해보지 못한 교육기관 ‘학생장‘이라는 감투, ‘학업성적 우수자’라는 타이틀이다. 돈 한 푼 주지 않는 감투와 상장이지만 글을 쓰는 지금도 기분이 좋다. 뭐든 일을 했다면, 결과로 남는 것이 좀 더 마음 뿌듯하니까. 또 다른 하나는 수료 및 진급식에서 OAC를 함께했던 선배와 동기가 진급 축하와 함께 꽃다발을 선물해 주었다는 것. 그 마음은 그 어떤 타이틀 보다 더 나를 벅차게 했다. 군에서 맺은 인연은 세월을 넘어 이렇게 이어진다는 사실이 더욱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옷깃에 소령 철제 계급장을 다는 순간, 국방부장관의 임명장을 받는 순간. 내가 소령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한 순간이다. 좀 더 유치하게 말하자면, ‘국뽕’이 차오르는 순간이랄까? 이 순간에 있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의회 직원분들과 이 순간을 함께해 주신 장병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


2박 3일 동안의 교육과 진급식은 단순히 계급장을 바꾸는 행사가 아니었다. 내 안의 군인정신을 다시 불러내고, 사회인으로서 충실히 하겠다는 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예비역 소령 진급은 군 생활의 또 하나의 마침표가 되어주었으며, 사회에서 새로운 시작점이 되어주었다. 작은 행사장에 빼곡히 들어찬 군인들의 모습, 임명장과 상장, 꽃다발을 함께 들고 옆을 지켜준 선배와 동기, 행사장을 밝히는 작은 불빛들 그리고 계급장이 달리던 그 순간의 묵직한 감정. 그 모든 것이 모여 마음속에서 마지막 한 문장이 만들어지는 ‘해피엔딩‘이었다.


‘이제 진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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