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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지 Jul 06. 2024

행복한 출산과 육아는 가능할까요?

뭘 모르고 제목을 지은 글쓴이의 고백

  내 브런치의 제목은 "행복한 출산". 출산과 고작 40일의 육아 후 제목을 돌아보니, 뭘 모르고 제목을 정하긴 정했구나 싶다. 연재가 2주 미뤄진 이유에는 이것도 한몫했다. 막상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해보니 행복하지만은 않더라는 것. 어떤 내용을 다음 이야기로 써야 하나, 제목은 행복한 출산인데 행복한 것도 있다마는 아닌 것도 투성인데. 거짓말을 해야 하나, 있는 행복을 크게 부풀려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있는 대로 쓰기로 했다.


  일단 출산부터. 나는 자연주의 출산이 하고 싶었다. 자연주의 출산의 숭고한 이미지에 마음이 동한 건 아니고, 일반적인 분만실의 환경이 무서워서였다. 하얗고 초록색인 수술실에서 계류유산 수술을 한 기억이 좋지 않아서 분만실도 얼추 비슷한 환경일 거라는 생각에 아늑한 공간에서 남편과 진통부터 함께할 수 있는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했다. 그리고 출산 후 아이와 함께 시간을 충분히 보낼 수 있다는 점도 한 몫했고.

  그래서, 자연주의 출산을 했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어느 정도는?"이라고 시답잖게 대답할 수밖에 없다. 왜냐면 자연주의 출산 병실에서 출산하고, 출산 후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캥거루 케어를 하긴 했으나, 유도분만을 했고, 무통주사를 맞았으며, 회음부 절개도 했고, 내진도 꽤 많이 했다. 아참 출산 마지막 힘주기에 배도 눌렀다. 임신 과정에 이런저런 이벤트를 겪으며 출산도 내 마음대로 안 될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완전히 달랐다.

  그래서, 다음 출산 때도 자연주의 출산을 할 거냐고 누가 묻는다면 "가능하다면?"이라고 애매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다. 자연주의 출산이든 일반 자연 분만이든 내가 원한다고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의 상태와, 아기 상태가 어떨지 모른다. 중요한 건 아이와 건강하게 만나는 것이다.

  그래서, 행복한 출산이었냐 묻는다면 "행복하기도, 아니기도". 남편과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내는 엄청난 프로젝트를 마무리지었다는 점, 내가 내 인생에서 가장 인상적인 일을 해냈다는 것에서는 행복감과 만족감이 크다. 하지만 자연분만이 일시불이라는 말에 깜빡 속았던 나는 출산 후의 회음부 통증과 항문 질환(...) 때문에 속앓이를 많이 했다. 누구한테 말하기도 민망한 것들이라 꽤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리고 거기에 출산과 함께 시작되는 육아가 덧붙여지면 마냥 행복하기만 할 수는 없다. 출산 후 부족한 기력과 새벽 수유로 인한 피로 누적으로 잘 낫지도 않는다.


  그래서, 행복한 출산과 육아는 가능할까요? 묻는다면 "아직 출산을 안 해보셨군요, 저도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라고 답할 수밖에. 세상 대부분의 일이 그러하듯이 출산도 양면이 있을 거라 생각을 왜 못했을까. 출산까지만 생각했지 그 이후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출산은 육아로 가는 하나의 길목 같은 이벤트 일뿐. 그 이후에는 한 아이의 부모가 되는 것이다. 물론 출산 과정에서의 엄청난 고통도 감내해야 하는 것. 자연분만이든 자연주의 출산이든 제왕절개든 고통을 0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래야 아이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출산 후에는 부모가 처음이든 경험이 있든 아이는 어쨌든 부모의 도움을 받아 하루를 살아내야 하기 때문에 내가 출산으로 몸이 아프든 회복이 덜 되었든 부모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행복하다, 안 행복하다가 아니라 그냥 그런 것이고 그 속에 다행히 양념처럼 행복함이 솔솔 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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