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나의 것(2002) 후기
*<복수는 나의 것>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죄란 무엇인가.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온 죄의 첫 번째 정의는 ‘양심이나 도리에 벗어난 행위’이며, 두 번째 정의는 ‘잘못이나 허물로 인하여 벌을 받을 만한 일’이다. 사견을 담지 않고 중립적으로 사실을 전달하는 사전조차, 죄의식으로부터 눈을 돌린 행동은 마땅히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것이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웅변은 많은 창작물에서도 나타난다. 주인공의 적으로 나타나는 이들이 (주로 주인공에게) 죄를 지으면, 주인공이 상대방의 죄를 처벌 (또는 복수) 하는 스토리가 존재하지 않는 작품은 드물다. 소비자들은 악인의 처벌을 통해 고통받은 이들이 보상받는 모습을 보며 만족감을 얻는다.
이 영화 또한 죄를 범한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실제로 작품 속 죄인들에게는 결국 본인의 업보가 돌아온다. 통쾌한 복수극을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안타깝게도, 죄인들의 업보 청산 시간은 카타르시스가 폭발하는 장면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친구, 착한 동생, 사랑하는 아버지인 인물들도 누군가에게는 비정한 유괴범, 복수를 원하는 살인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영화는 천천히 풀어낸다. 그렇기에 이들의 복수극은 시원한 사이다보다는, 서서히 폐로 스며드는 유독가스로 가득 찬 방을 더 닮았다. 언제든 중독돼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상대가 자신을 방으로 끌어들인 순간 방에서 나간다는 선택지는 사라진 것이다. 그저 자신이 쓰러지기 전 원수를 죽일 수 있기만을 바라며 상대의 목을 조르는 것이다.
영화 속 복수의 주인은 누구일까. 복수의 주체인가 객체인가. 어차피 역할이 빙글빙글 돌아가니 별 상관없을까. 받고 주고받고 주고... 최후의 승자 같은 건 있을 수 없는 구조다.
복수는 나의 것
세 줄 요약: 복수라는 주제를 무겁게 다룸.
최후의 승자는 없다.
재밌었다.
별점: ★★★★ (4/5)
재관람 의사: 다소 보기 힘든 내용이지만 다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