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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 Aug 20. 2022

운수가 좋지 않은 날

오늘은 운수가 좋지 않은 날입니다.

제가 손을 대면 그 일은, 그 사물은 모두 엉망이 될 것 같은 날입니다.


오전에는 아내에게 오해를 주어서 이기적인 남편이 되었습니다.

오후에는 차에 공기압 부족 신호가 떠서 확인해보니 오른쪽 앞 타이어에 나사가 박혀있었습니다.


아내의 아픔은 풀어졌고, 타이어는 내일 센터에 맡기면 될 거라며 (되도록)마음 편히 생각했습니다.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을 텐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기면 불현듯 마음이 싱숭생숭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아내는 저에게 태연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마음속에서는 난리가 났지만, 표정은 태연하기 때문입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런닝머신 위를 걷고 뛰다, 걷고 뛰기를 반복하며 땀을 흘리고 나니 괜스레 눈물이 터져 나오려고 합니다. 저는 태연한 사람이기에 눈물을 참아냅니다.


오랜만에 세상에 나를 받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생각마저 태연한 표정으로 하는 남편의 마음을 아내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강하지 않은 남편이 태연한 표정으로 강하게 보였던 이유는, 사람들로 부터 멀어지는 길을 걷는 일에만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혼자였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제가 아내를 만났습니다. 이제는 아내와 모든 시간과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매일 공유하며 자연스레 길을 걷습니다. 마냥 행복하게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

순간적으로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었습니다.

다시, 세상 속에 혼자가 된 기분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오늘은 그런 날이었습니다.


런닝머신 위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지만,

사랑하는 아내가 있어서 금세 기분이 좋아진 날.


아내와 함께하는 소중한 순간이 물 흐르듯 자연스레 흘러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고 마음을 다하고 싶었던 날. 


가장 소중한 존재가 옆에서 

"당신이 가장 소중한 존재예요"라고 말해준 날.


운수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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