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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 Aug 25. 2022

오늘 아내의 헤어를 커트했다.

오늘 아내의 헤어를 커트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당연히 헤어샵(shop)에 갔겠지 생각할 것 같습니다.


"아니요, 제가 했습니다."


머리를 하는 중에 아내가 물었습니다.


아내: "오빠, 내 머리 직접 하니까 어때?"

남편: "..."


헤어를 커트하고 나니

아내는 머리숱이 많고, 머릿결이 전보다 안 좋아져서

샵에서 커트하고 관리를 받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군가의 헤어를 만지는 행위에 책임감이 드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불현듯 할아버지인 내가 할머니인 아내의 헤어를 만지작 거리며 커트하는 미래를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물었을 때는 집중하고 있어서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아마 아내는 자신한테 관심이 없는 건가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 아내는 

"생각보다 잘했는데? 내가 원하던 길이야."라고 말했습니다.



위 글을 쓴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내는 항상 헤어샵에 가서 머리를 합니다.

내가 피곤할까 봐 샵에 가겠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상상했던 것처럼, 할아버지가 되어서야 할머니인 아내의 헤어를 만지작 거리며 커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 같습니다.


아내의 뜻에 따라, 저는 할아버지가 되기 전까지

아내의 헤어를 커트하기 어려울 정도만 피곤할 예정이니까요. 


그때까지 헤어 커트 연습이나 좀 더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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