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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 Feb 07. 2023

솜털 난 고슴도치, 아내

내일은 출장이 있어서 육지에 갑니다.

아내는 혼자 있는 것보다 같이 있고 싶다며 따라나섭니다.



제주에 살다 보니 육지로 가는 일이 반갑지 않습니다. 육지에 가기 전날 밤

하늘은 유독 더 예쁘고, 집은 유독 더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말이 딱 맞는 요즘입니다.



그나저나 다시금

책방을 운영해서 바쁜 일과 출장을 줄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 아내와 저는 더욱 온전하게 우리의 삶과 일을 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오늘 아내는 하루 종일 학회일로 예민합니다.

내일 저의 출장길을 함께 가려면 그 전에 처리해야 해서 더욱 예민해진 것 같습니다.     

아내를 가만히 지켜 보았습니다.     


갑자기

아내가 저에게 투명한 강화유리 같다고 말합니다. 아내에게 강화유리는 깨지지 않지만 당신이 예민해지면 견디느라 가끔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아내는 귀담아듣지 않은 듯 다른 소리를 합니다. 


그런 아내를 보는데 갑자기 웃음이 나옵니다. 예민덩어리 아내가 갑자기 솜털 난 고슴도치로 보입니다. 고슴도치가 자신의 털을 바짝 세우고 있는데, 그 털은 그저 보드라운 솜털입니다.

  

“여보, 당신은 분명히 매력이 있어!”



“무슨 매력?”



“그런게 있는 것 같아. 그게 매력으로 보여서 다행이야.”



“무슨 소리야?”



솜털 난 고슴도치가 또 털을 바짝 세웁니다.

마침 불어오는 밤바람에 솜털이 한들거립니다.



2021.07.14.

남편, 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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