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이번 출장도 함께 갔습니다. 부산과 울산을 가야 해서, 며칠 동안 낯선 동네와 낯선 공간에서 지내야 하고, 비행기, 버스 등을 수 차례 타야 합니다. 그런데도 껌딱지 아내는 붙어 있습니다. 내심 기분이 좋았습니다.
출장을 간 김에 울산에 살고 있는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습니다. 나의 결혼식 사회를 본 친구이자, 내가 결혼식 사회를 본 친구입니다. 우리 부부는 결혼하고 제주도로 이주한 후에, 매일 매시 매분 붙어서 지내고 있다고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친구는 “쉽지 않을 텐데..”라며, 자신의 장거리 연애 이야기를 했습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장거리 연애보다 항상 붙어있는 게 몸도 마음도 편하고 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장거리 연애는 몸고생, 마음고생 그리고 오해가 생기면 풀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쉽지 않은 건 친구의 연애인데, 왜 친구는 나에게 쉽지 않을 거라고 말했을까요. 이유를 알 듯 말 듯 합니다. 저마다 끼리끼리 어울려 사는 것 같습니다.
친구를 만나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불현듯 놀라운 생각이 났습니다. 지금 우리 부부는 결혼 전 아내의 계획대로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