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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 Jul 25. 2022

남편의 신혼일기, 첫 장

남편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아내에게

남편의 신혼일기, 첫 장을 시작합니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기록했던 일기장을 가지고 와서

'남편의 신혼일기'를 만들었습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두 사람이기에

이따금씩, 때로는 자주, 다른 생각을 해서

대화를 하고 또 하고, 또 합니다.


덕분에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남편인 저는 그렇습니다.


물론 시원한 답이 나와서

모든 걸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시원한 답을 얻었다고 만족하는 편입니다.


적어도 남편인 저는 그렇습니다.


아내: "그러니까 솔직하게 말을 해야지"

남편: "내가 참으면 되니까.."

아내: "참지 말고 다 말해. 괜찮아 다 말해"

남편: "고마워"


(며칠 후)


남편: "(남자의 자존심에 살짝만 울먹이며) 알아줘서 고마워"

아내: "왜 참아. 말해 말해"

남편: "고마워"

아내: "그래 우리는 이렇게 서로 대화를 하니까 괜찮아. 사랑해"

남편: "나도 마음이 시원해진다. 사랑해"


이런 식의 대화를 반복하지만, "왜 참아. 말해 말해"라는 아내의 말은 저의 속을 시원하게 뻥 뚫어줍니다.


저희 부부는 평소 대화를 많이 합니다.

감정싸움을 하고 나서 화해를 하면, 아내는 밀린 이야기를 늘어 놓습니다.


남편이자 작가인 저는 감정싸움을 하는 상황에서, 화해를 한 상황에서,

지금 아내가 한 말과 상황을 기록하고 싶어 손이 움찔움찔 합니다.


휴대폰 메모장을 열면 아내의 말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오해를 받을까하여

휴대폰을 내려 놓습니다.


머리로 기억하려고 하면 용량도 초과하고 아내의 말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티가 날까하여 아내의 눈을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작가에게 기록하고 싶은 이야기를 놓치는 순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쉬움인지, 미련인지 모를 감정에 휩싸입니다.

그럴 때는 모든 걸 내려놓고, 아내의 눈을 응시하면 고개를 연신 끄덕입니다.


남편의 신혼일기는 기록하기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머릿속에 저장해 놓은 이야기를 풀어놓은 공간입니다.


다른 남편들이 신혼일기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공감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의 아내가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썼습니다.

덕분에 다른 남편들은 덕을 좀 볼 것 같습니다.


잠시 우리 부부의 특징을 이야기 하겠습니다.

독자는 아래 내용에 공감하면, 이 책에서 말하는 이야기를 계속 따라오셔도 좋을 듯 합니다.


우리 부부는 말이 많지만 시끄러운 건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부부는 책을 사는 걸 좋아하지만 오래 읽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부부는 저축하는 걸 좋아하지마만 주식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부부는 돈은 없지만 돈을 좇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부부는 집을 짓고 싶지만 집 짓는데 돈을 고민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부부는 돈을 벌고 싶지만 회사에 얽매이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부부는 일을 하는 건 좋아하지만 시키는 일만 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부부는 시간을 쪼개 쓰는 걸 좋아하지만 달콤한 시간낭비는 좋아한다.


어떤가요? 공감하나요?


자, 이제부터 남편의 신혼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전국의 아내는 말이 서툴고 표현이 느린 남편을 잘 부탁드립니다.

남편의 신혼일기가 서툴고 느린 남편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 입니다.




우리 부부가 만든 첫 번째 문장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당장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지는 말자."입니다.


우리 부부는 결혼식 날, 첫 번째 문장의 의미를 담은 사랑의 서약서를 낭독하며 약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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