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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 Jul 26. 2022

"혼인신고해야겠어"

결혼을 약 두 달 앞두고 우리는 함께 살기로 했습니다.


함께 살고 있지만 얼굴 볼 시간은 아주 조금 늘었을 뿐입니다. 평일에는 주로 회사에 있고, 주말에는 결혼 준비로 바쁜 하루, 한주를 보냈습니다.


신혼집으로 이사를 하고 한 달이 지나서야 주말 낮에 산책을 하며 동네를 둘러보았습니다.


남편: "아파트가 많네. 저기는 넓겠다"

아내: "나는 지금 우리 집도 좋은데?"


우리는 작은 투룸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혼자 살던 국민임대주택보다 공간은 작아졌는데 두 사람의 짐이 한 곳으로 모였으니 퍼즐게임이 따로 없습니다.


하루하루가 퇴근과 짐 정리의 반복이었습니다. 덕분에 달고 다니던 책, 노트, 신문 쪼가리를 버릴 수 있었습니다.


다시 대화로 돌아와서.


남편: "나도 우리 집 좋아. 그냥 저 아파트 넓겠다고. 아! 다솜아 친구들 이야기 들어보니까 신혼부부 조건으로 아파트 청약을 하면 더 유리하데. 그래서 결혼하고도 아직 혼인신고 안 하고 사는 부부도 많데. 우리도 그럴까? 요즘 아파트 비싸잖아"

아내: "오빠 마음은 알겠는데, 난 집 때문에 우리 혼인신고 안 하는 건 싫은데"

남편: "그래? 그럼 혼인신고해야지"

아내: "오빠~"

남편: "응?"

아내: "그런 일은 없어야 하지만, 만약에 아파서 병원 응급실에 갔어. 그러면 급한 수술을 해야 하는데 보호자 사인을 해야 한데. 어떡해? 아파하는데 어떡해?"

남편: "..."

아내: "그것 봐! 혼인신고해야겠어? 안 해야겠어?"

남편: "해야겠어!"


아파트냐? 혼인신고냐? 그것이 문제라면

혼인 신고지.


다음 날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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