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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피슈 Oct 01. 2021

당신의 세계에는 어떤 하늘이 있나요?

구월에 쓰는 첫번째 편지

당신에게.

어느덧 9월도 지났습니다. 쪽빛이 아쉬운지, 완연한 가을도 천천히 오네요.


첫 편에서는 '첫사랑의 기억', 두 번째 편에서는 '나의 작은 숲'에 대해 썼지만,

사실 이 글의 목적은 당신의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법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1편의 제목이 "동네는 곧 그녀의 마음속 세계였다."였죠?

저는 환경(장소, 주변 사람 등)이 한 사람의 세계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사는 동네가 제 마음속 세계를 만들었듯이요.


저는 태어나서부터 같은 동네에 쭉 살며 동네에 대한 남다른 시절의 추억이 있습니다.

또한 사진과 기록을 좋아하기에 꾸준히 동네를 사진으로 기록해 왔어요.

열두 달의, 사계절의, 소소하고도 다채로운 기록인데요,

이 기록물로 동네와의 추억을 열두 달로 엮은 글을 완성하려 합니다.


아울러, 글 곳곳에 당신의 세계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저만의 시각을 녹색 글씨로 알려 드릴게요.




열두 달 중, 가장 큰 보름달이 뜨는 9월로 글의 도입을 열게요.

밤하늘에만 은하수가 있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나무가 만든 은하수는 나름 시원합니다.


가을 하늘 공활한데

9월은 내리쬐는 무더위가 한 풀 꺾이고,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달입니다.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지구 반대편쯤으로 출장 갔던 정신도 다시 돌아왔습니다. 일 년 중 가장 황금 날씨에 속하는 이 달은 부지런히 산책을 나가거나 바깥 활동을 즐기기 가장 좋은 달입니다.


마지막 초록잎과 하늘의 쪽빛 조화가 아쉬워서인지, 특유의 웅장한 뭉게구름에 감탄해서인지. 9월은 유난히 나무와 하늘이 함께 담긴 사진이 많습니다.


출근길의 공원은 잔잔한 동화 같습니다.
9월의 아침, 하늘 위 구름은 맑고 가볍습니다.

9월의 아침에 대한 시


눈앞에 펼쳐진 모든 광경과

이곳을 둘러싼 생명으로부터

사랑의 감정이 요동 치더라.


바람에 흔들리는 쪽빛의 나무가

피부를 따듯하게 감싸는 햇살이

저 멀리 그림같이 펼쳐진 태산과

그 위를 흘러가는 웅장한 구름이


심지어는 신호등 쇳덩이에 비친 빛줄기와

회색 건물 유리창에 반사되는 반짝거림이

구월의 아침이 밝아 오르자, 곧 찬란하다.


온 세상에 음지는 없는 시간인 것처럼

모든 생명이 사랑받는 순간인 것처럼

그렇게 동네의 자연과, 동네의 풍경이

온몸으로 사랑한다 말하는 시간이다-



가을이 오면 햇살과 바람을 누려보세요. 아주 잠깐이면 돼요. 세상이 우리에게 주는 사랑이랍니다. 우리는 이 사랑을 받을 때 세상의 부정적인 것들을 뛰어넘는 긍정적인 것들을 경험하고, 꿈꿀 수 있습니다.





오후의 하늘

문 앞을 나섰을 때 이렇게나 예쁜 햇살이 비춘다면, 하늘도 기대해 볼만 하겠습니다.


초록창에 '오후의'를 검색을 했더니 나오는 키워드에는 '오후의 홍차', '오후의 과일', '오후의 산책', '오후의 정원', '오후의 빵집' 등이 있습니다. 9월의 오후 하늘은 참 아름답습니다. 혹시 당신도 하루의 루틴이 있나요? 저는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을 개고, 씻고, 청소하고, 하늘을 보며 커피를 마십니다. 밤에는 스트레칭하고 책을 읽는데요. 당신도 오후의 하늘을 보는 것이 하루의 루틴에 속해 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있는 곳에서요. 어쩌면 매일 똑같은 하루를 사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매일의 하늘은 날마다 다르거든요. 오늘의 하늘은 무슨 색일까, 구름은 어떤 모양일까. 기대하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러다 예상치 못하게 아름다운 하늘이 펼쳐지면, 눈은 즐겁고 마음엔 감사가 남죠. 거북목 증상이 있으시다면, 하늘이 꼭 예쁘지 않아도 건강을 챙겼으니, 오후의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은 언제나 좋겠습니다 :)


9월의 웅장한 오후 하늘입니다. 모든 것이 평화롭습니다.





구월, 금요일, 석양

동시에 9월은 실제로 해가 짧아지는 것이 느껴지는 달입니다. 덕분에 퇴근시간, 저녁 먹으러 가는 시간에 노을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가을의 노을은 짧아진 해와 더불어 선선해진 저녁 공기를 알립니다.


노을과 웅덩이, 노을과 새, 노을과 산


직장인일 때, 하루는 퇴근하고 집 오는 길에 노을이 무척 예뻤습니다. 그날은 9월이었고, 금요일이었고, 회사는 바쁜 시기였습니다. 저는 이때 신입이었고, 첫 마감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태풍도 다가오고 있었는데, 제 마음도 폭풍 같았습니다. 그래도 금요일이라고, 해가 지기 전에 현관문 앞에서 노을 하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주일의 끝자락에 하루가 저무는 풍경을 바라보니, 일주일을 잘 정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더군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의 폭풍도 잠잠해졌습니다. 대신, 다가오는 태풍이건 마감이건 뭐든 다 지나갈 거야- 라는 잔잔한 믿음이 생겼습니다. 노을의 하늘을 보기 위해서는 예쁜 구름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드는 것이 아닌, 지는 해의 반사를 보기 위해 저 멀리 지평선 근처를 바라보죠. 단지 잠잠히 노을만 바라보았을 뿐인데 마음까지 잠잠해졌습니다.


노을이 실제로 보는 것보다 예쁘지 않게 담긴다면, 화면상 가장 밝은 부분을 터치하고 촬영해 보세요.




하늘이라는 키워드로 9월의 아름다움을 나눴습니다. 당신의 세계에는 어떤 하늘이 있나요? 당신만의 마음속 세계에도 하늘이 주는 기쁨이 가득하면 좋겠습니다. 하늘은 매일 다채롭고 입체적인 공간이기 때문이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무료하다고 생각이 들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세요. 어떤 하늘이 펼쳐져있나요? 다음 날의 하늘은 어떤가요? 당신의 하늘로 당신의 매일이 충만하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매일 당신에게 허락되는 아름다움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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