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10주년 작가의 꿈

-유리구두는 브런치에 있었습니다

by 홍주빛

유리구두는 브런치에 있었습니다

글/홍주빛


어릴 적부터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내 글이 어딘가 염세적으로 느껴져 펜을 멀리하곤 했습니다. 일기조차 띄엄띄엄 쓰며, 마음속엔 ‘언젠가 다시 쓰게 되겠지’라는 희미한 기대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저는 하루 세 끼를 책임지는 영양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마치 신데렐라가 재투성이가 되어 집안일에 묻혀 지냈던 것처럼요. 그래도 생쥐와 새에게 마음을 나누던 그녀처럼, 저는 나무와 달팽이 같은 작은 생명들에게 관심을 두며 일상의 숨을 고르곤 했습니다.


그러던 지난겨울, 도서부 학생들이 주관한 책잔치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은유 작가님이 오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급식실에서 식단을 짜고 조리를 챙기느라 좀처럼 시간을 내기 어려웠지만, 그날만큼은 꼭 강연을 듣고 싶었습니다. 마침 동짓날이라 팥시루떡 배송이 늦어져, 강연 초반을 놓치고 말았죠. 마치 무도회에서 왕자님과 춤을 추다 12시 종이 울려 황급히 떠나는 신데렐라처럼, 질의응답 시간 도중 다시 급식실로 달려가야 했습니다.


그렇게 아쉬움을 안고 돌아섰지만, 점심 배식 시간에 작가님께서 급식실에 오셨고, 저는 따끈한 시루떡을 건네며 “강의가 인상 깊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도움으로 사인도 받을 수 있었고, 하얀 종이 위에 적힌 문장이 제 마음에 불을 붙였습니다.


“삶은 글을 낳고, 글은 삶을 돌본다.”


그날 이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내 삶을 누군가가 정의하기 전에, 스스로의 언어로 삶을 정의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인으로부터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활동 중이라는 메시지를 받았고, 저도 조심스럽게 작가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며칠 뒤, “브런치 작가 등록”이라는 알림을 받았을 때의 설렘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마치 무도회에 초대장을 받은 것처럼요. 그동안 몰랐던 나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고, 끈기가 없다고 믿었던 제가 연재 약속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을 모시며 여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며 위로와 자극을 받고 있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였던 제가, 이 무도회 안에서는 나이도 성별도 뛰어넘는 연결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저는 제 정체성을 하나씩 회복하며,

잃어버렸던 유리구두 한 짝을 브런치스토리에서 찾았습니다.


당신도 그 유리구두를 찾고 싶다면,

브런치스토리라는 무도회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시작해보길 바랍니다.


#브런치10주년작가의 꿈 #브런치스토리 #브런치스토리작가 #글쓰는 삶

매거진의 이전글비밀의 정원에서 들려온 여름의 합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