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속의 봄 햇살

by 홍주빛

굴 속의 봄 햇살


홍주빛


오랜만의 여유가
물씬한 바다 내음 따라
석화 한 망을 들게 했다

입맛을 잃은 아흔의 부모님께
따끈한 굴 한 점을 드리면
화사한 봄 햇살처럼
파릇한 생기가 닿을 것 같았다

거칠고 단단한 껍질 안엔
바다의 시간이 고요히 숨 쉬고
모락모락 김 사이로
서해의 해풍이 코끝을 어루만졌다

마지못해 식탁에 앉은 부모님은
몇 알을 오물오물 씹으며
진달래 화전 같은
옅은 미소로 대신하셨다

그 미소에 겨우겨우 봄기운이 묻어
내 마음에도 작은 파문이 일었다

달큼한 조갯살을
형제에게도 나누고 싶어
다시금 천천히 쪄 보았다

구수한 땀이 솥가장자리로 맺힐 무렵
몇 해 전 웃음이
달달한 온기로 피어올랐다

빈 조개껍데기는
아쉬움을 남긴 채
감나무 아래 조심스레 뿌렸다


그곳에서
잔잔한 바다의 노래가
바람결 따라
다시 한번 들려오기를.


(종합문예지 청목| 문학고을 선집 제20호 신작 시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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