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어드는 말들

by 홍주빛

젖어드는 말들

홍주빛


찡그린 얼굴 앞에서
말 한마디 없는 사이
마른 솜 같던 침묵이
서서히 물을 머금었다


찔끔, 눈물 한 방울 보인 그대
나는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부르지 못한 이름 하나를
입 안에서만 적셨다


입술 끝에 맴돌다
끝내 나오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앉는 말들


그사이 침묵은 더 젖어갔다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자
등 뒤에서
푸념처럼
후드득후드득
비가 말을 대신했다


쫘악쫘악 매달리는 빗방울 사이로
젖은 공기 속에 번져
그대의 얼굴이
잠시, 겹쳐 보였다


그날의 말들까지도
우산 위에서
아무 말 없이
소리를 내며
천천히 젖어들었다.


#젖어드는 말들 #조용한 위로 #말 없는 마음
#비의 은유 #침묵의 감정 #서정시 #이별의 기척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