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아픈 말이 남는다

by 홍주빛

며칠 전, 『다정한 말이 남는 사람이기를』이라는 글을 썼다.

말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 방식에 대해,
내가 어떤 말을 남기고 싶은 사람인지에 대해 묵상하며 썼던 글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그 다짐을 시험에 들게 하는 일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엄마였다.


오늘 아침, 엄마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엄마, 어디 아프세요?”


엄마는 대답 대신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밥이나 차려.”


그 한마디에 마음이 얼어붙었다.
속상함과 섭섭함이 동시에 올라왔다.
그냥 걱정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아프게 말을 하셨을까.


사실, 엄마는 원래 말투가 거친 분이 아니다.
밖에서는 늘 다정하고 예의 바르게 말씀하신다.
남편에게는 ‘공경’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만큼,

그저 모시고 섬기며 살아오셨고
객지에 사는 자녀들이 찾아오면
정 많은 어머니의 모습으로 좋은 것만 보여주신다.


하지만, 나는 늘 곁에 있다.
가장 가까이에서 엄마를 본다.
그런 나에게는 엄마가 참 많이 다르다.

어쩌면,
남편에게 속상했던 일들,
자식들에게 못다 한 말들,
참고 눌렀던 감정들까지—
모두 나에게 쏟아 넣으시는 건지도 모른다.

그럴 때면,
나는 엄마 마음의 쓰레기통이 된 기분이 든다.

당신이 삼킨 슬픔과 외로움, 아쉬움의 찌꺼기를
내가 묵묵히 받아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생각해 보면,
엄마도 엄마의 엄마를 떠나보낸 딸이었고,
그렇게 혼자가 되어
한 사람의 아내로, 어머니로
매 순간을 버텨오신 분이었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말들을
당신은 가장 가까운 나에게
가장 서툰 방식으로 표현하고 계셨던 걸지도.

그건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이었을까.
아니면 고달픈 인생이 흘러넘친 흔적이었을까.

나는 여전히 마음이 아프다.
그 한마디가 마음을 찌르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마음 위에
이해라는 이름의 천을 덮어본다.


그러면서 오늘도 다짐해 본다.
내가 누군가에게 말할 때는
그 말이 누군가를 상하게 하지 않기를.


나는 엄마의 말에 다쳤지만,
나의 말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이전에 쓴 「다정한 말이 남는 사람이기를」는

말의 무게를 묵상하며 썼던 글이었다.

그런데 오늘,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나서야

그 다짐을 더 깊이 새기게 되었다.


홍주빛


*앞서 쓴 글 보러 가기:다정한 말이 남는 사람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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