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삶을 기억하며
한 번의 꿈이 한 가족의 삶을 바꾸었습니다.
믿음과 땀, 고집스러운 생존의 시간을 지나
결국 ‘감사’라는 단어로 마무리되는
세 세대의 이야기를, 이 시에 담았습니다.
홍주빛
젊은 날엔
하루가 멀다 하고
막걸리를 동이째 마시며
“난 오래 못 살 거야.”
스스로를 예언하듯
한탄하던 분이었다.
강 씨 성을 가진 사내들은
하나같이 술독에 빠져
도낏자루 썩는 줄도 모르고
고집스럽게 살아냈다.
어느 날 꿈결에 문득 나타나
“며늘애야, 여기 오래 살면 안 된다.
저 위로 집을 지어 옮겨라.”
처음 뵙는 시아버지의 얼굴,
사라지는 뒷모습을 하염없이
쳐다보셨단다.
꿈 이야기 듣고 보니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분명해
두 말도 할 것 없이
황토 야산을 삽으로 파내
둠벙 같은 터를 닦고
흙벽돌을 찍어
기와집의 대들보를 올리는데
며칠 뒤,
옛집의 대들보가 부러졌단 소식이 전해졌다.
“익환이, 여기 오래 살았음
큰일 날 뻔했네.”
하늘이 돕고
땅이 도와
우린 무사히 집 짓고 이사해
두 아들과 세 딸을 낳고
묵묵히 살아냈다.
내 아버지는 마흔 즈음 요절하셨지만
나는 구십을 넘겨 살아보니
그저,
꿈만 같은 인생이야.
어려선 못 배우고 배곯고
가족들 먹여 살리려
소같이 일하며 살았더니
허리 펼만하니
인생 햇그늘이 지는구먼
그래도
배운 건 하나 —
도망치지 않고
부지런히 살아내면
하늘은 생명을 지켜주시고
자식들도 살게 하신다는 것.
무엇을 남기고 가야 하나.
문전옥답도 아니고
이름 석자도 아니고 —
다만,
하나님을 믿고 그 뜻을 따라
의롭게, 선하게 살며
내 영혼 하나님 형상 닮게
가꾸는 것
그것뿐이라네
구십 평생 지켜주신
하늘 앞에 감사,
함께해 준 가족들에게도
감사, 또 감사뿐이라네.
삶이란 고단한 것인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삶을 돌아보며, 그 안에 담긴 감사와 믿음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는 단지 한 사람의 인생이 아니라,
그 삶을 지켜봐 온 자식으로서 제가 느낀 은혜의 기록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홍주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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