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계셔서 따뜻한 겨울
“겨울이 오는 건, 누군가의 마음이 더 가까이 다가오는 계절이라는 뜻이다.”
눈은 언제나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내린다.
때론 세상의 소음을 덮고, 때론 마음속 풍경을 하얗게 정리해 준다.
이번 겨울도 그렇게 왔다.
누구는 추워서 움츠러들고, 누구는 그 속에서 따뜻함을 꺼내 보인다.
나의 겨울은 부모님의 손길로 시작된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늘 따뜻했던,
그분들의 계절 이야기를 따라가 보려 한다.
이번 주, 눈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내렸다.
올겨울 들어 가장 매서운 동장군이 마당까지 성큼 내려왔다.
아버지는 평생, 일하는 낙으로 사셨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무언가를 해야
비로소 삶의 맛이 난다고 하신다.
몇 해 전, 병문안을 왔던 젊은 지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일이 얼마나 좋은지 몰러~
일만 하면 아픈 것도 잊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니까~~”
지인은 웃으며 대답했다.
“어이구 아버님, 일 허는 게 뭐가 기뻐요.
난 노는 게 좋던데요~ (웃음)”
아버지는 빙그레 웃으시며 말했다.
“난 일하는 게 좋아~~”
그 바람 때문이었을까.
아버지는 건강을 회복하셨고,
조금씩 몸을 움직이실 수 있을 때마다
늘 소일거리를 찾으셨다.
경운기를 몰고 나가시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모은다.
“울 아버지가 감당할 수 있는 힘을 주세요.
오늘도 사고 없이 지켜 주세요.”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하늘은 내 기도를 들어주셨다.
아버지는 오늘도 무사히,
마당 가득 쌓인 눈을 쓸며 하루를 보내신다.
하나님이 아버지에게
겨울이라는 놀이터를 선물하신 게 아닐까 싶다.
동장군이 기세를 떨치던 어느 날,
엄마가 바깥채 처마 밑 고드름을 보고 말씀하셨다.
“내 평생 이렇게 큰 고드름은 처음이여~”
그 말속에는
구순을 바라보는 엄마의 놀람과
아이처럼 반짝이는 눈빛이 담겨 있었다.
그 순간이,
그 표정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눈을 쓸고, 이야기를 나누고,
기도하며 함께 보내는 이 겨울.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하고 따뜻한 시간이다.
오래오래, 부모님 곁에서
이 계절을 함께할 수 있기를.
나는 오늘도 조용히 기도한다.
“그 겨울이, 오래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
눈은 또 쌓이고, 아버지는 다시 마당을 나선다.
엄마는 고드름을 보며 웃고, 나는 두 손을 모은다.
이 모든 순간이 기도처럼 내 마음에 내려앉는다.
흰 눈처럼 쌓이는 기억들.
흘러가는 시간이 아쉬울 만큼,
이 겨울은 참 고맙고 귀한 계절이다.
기도한다.
이 계절이, 이 마음이, 이 사랑이
조금 더 오래 머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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