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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평생, 처음 본 고드름 아래서

-부모님이 계셔서 따뜻한 겨울

by 행복을 Apr 14. 2025

“겨울이 오는 건, 누군가의 마음이 더 가까이 다가오는 계절이라는 뜻이다.”


 눈은 언제나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내린다.
 때론 세상의 소음을 덮고, 때론 마음속 풍경을 하얗게 정리해 준다.

 이번 겨울도 그렇게 왔다.
 누구는 추워서 움츠러들고, 누구는 그 속에서 따뜻함을 꺼내 보인다.

 

 나의 겨울은 부모님의 손길로 시작된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늘 따뜻했던,
 그분들의 계절 이야기를 따라가 보려 한다.



 이번 주, 눈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내렸다.
 올겨울 들어 가장 매서운 동장군이 마당까지 성큼 내려왔다.



아버지의 힘은 ‘일’에서 온다

아버지는 평생, 일하는 낙으로 사셨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무언가를 해야
비로소 삶의 맛이 난다고 하신다.


몇 해 전, 병문안을 왔던 젊은 지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일이 얼마나 좋은지 몰러~
 일만 하면 아픈 것도 잊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니까~~”


지인은 웃으며 대답했다.

“어이구 아버님, 일 허는 게 뭐가 기뻐요.
 난 노는 게 좋던데요~ (웃음)”


아버지는 빙그레 웃으시며 말했다.

“난 일하는 게 좋아~~”


그 바람 때문이었을까.
아버지는 건강을 회복하셨고,
조금씩 몸을 움직이실 수 있을 때마다
늘 소일거리를 찾으셨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경운기를 몰고 나가시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모은다.

“울 아버지가 감당할 수 있는 힘을 주세요.
 오늘도 사고 없이 지켜 주세요.”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하늘은 내 기도를 들어주셨다.
아버지는 오늘도 무사히,
마당 가득 쌓인 눈을 쓸며 하루를 보내신다.

하나님이 아버지에게
겨울이라는 놀이터를 선물하신 게 아닐까 싶다.



처음 보는 고드름, 오래된 감정

 동장군이 기세를 떨치던 어느 날,
 엄마가 바깥채 처마 밑 고드름을 보고 말씀하셨다.

“내 평생 이렇게 큰 고드름은 처음이여~”


그 말속에는
구순을 바라보는 엄마의 놀람과
아이처럼 반짝이는 눈빛이 담겨 있었다.

그 순간이,
그 표정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부모님이 계셔서 따뜻한 겨울

눈을 쓸고, 이야기를 나누고,
기도하며 함께 보내는 이 겨울.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하고 따뜻한 시간이다.


오래오래, 부모님 곁에서
이 계절을 함께할 수 있기를.

나는 오늘도 조용히 기도한다.



“그 겨울이, 오래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

 눈은 또 쌓이고, 아버지는 다시 마당을 나선다.
 엄마는 고드름을 보며 웃고, 나는 두 손을 모은다.
 이 모든 순간이 기도처럼 내 마음에 내려앉는다.

 흰 눈처럼 쌓이는 기억들.
 흘러가는 시간이 아쉬울 만큼,
 이 겨울은 참 고맙고 귀한 계절이다.


기도한다.

 이 계절이, 이 마음이, 이 사랑이
 조금 더 오래 머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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