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통에 벌이 돌아오게
마음이 메마를 때는 보통 스스로도 잘 느끼지 못합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정리되지 않은 가방 속처럼 점점 어지러워져 갑니다.
이 시는, 한참을 메마르게 지낸 어느 날
내 마음에 다시 ‘살’이 차오르기 시작했던
그 첫 순간의 기록입니다.
홍주빛
꿀을 품던 벌통은
쓰러져 뒹굴고
한때 윙윙거리던 꿀벌들은
어디로?
여왕벌은 어디로 떠났을까
사납게 휘몰아친 바람,
언제부턴가 잊힌 꽃밭
남은 건 욕망의 껍질뿐
벌 대신 먼지,
꿀 대신 바람.
나는 꿀만을 꿈꿨지요.
달콤함이면 충분할 줄 알았어요.
한순간 눈을 돌렸을 뿐인데
꽃은 지고,
잡초만 무성했어요.
하나님의 벌통에는
꿀 대신 잡동사니뿐
이를 어쩌죠.
어릴 적 친구가 말했죠.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그 말, 이제야
가슴에 깊이 스며듭니다.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자라지 않았어요.
꽃씨를 심으니 꽃이 피었고,
불평을 뿌리니
하루는 온통 불평으로 물들었어요.
망가진 꽃밭을 다시 가꾸게 하소서.
시든 줄기 뽑아내고,
거름과 흙을 새로 다져
벌이 좋아할 만한 꽃을 심고
빈 꿀통 곁에 두게 하소서.
해를 끼치는 벌레는 잡아주고,
집 나간 여왕벌도
길을 찾아 돌아오게 하소서.
이제는
부지런한 농부가 되게 하소서.
아침마다 밭을 살피고,
거름도, 물도 제때 주며
들짐승의 흔적도
조용히 지워가게 하소서.
주님,
메마른 땅에 단비를 내려 주소서.
당신의 더 할 수 없는 기다림에
이 마른 땅에도
다시 윙윙거림이 살아나게 하소서.
기도는 물건을 주문하듯 즉시 응답을 얻지는 못합니다.
하늘이 땅보다 높은 만큼,
낮은 내 마음을
높고 높으신 하나님께 거는 일이라고 느낍니다.
마음이 메말랐다고 느껴진다면,
꿀 대신 바람만 가득한 벌통을 보고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꽃씨를 심을 때입니다.
지금,
당신 마음의 벌통엔 무엇이 담겨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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