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도, 오늘 시로 응답받다
홍주빛
겨우내 봄내
태양이 그토록 이글대더니
여린 새잎들도
목말라 신음했지요.
성숙한 느티나무가
초록 바람을 일으키니
이윽고 뭉게구름 몰고 와
우르릉 꽝꽝—
밤새 대지를 식혔네요.
한밤중 번쩍하는
번개불빛에
어릴 적 기도 한 줄 떠올라
마침내
문학고을로 퍼올렸지요.
동틀 무렵,
촉촉한 화단에
꽃씨 한 줌 심었지요.
행여 날아갈까
두 발로 꼭 밟고
두 손 모아 기도했지요.
어여쁜 새싹이 피어나
비고 빈 마음자리
충만하게 채워주셨네요.
눈부신 아름다움—
영원히 보고 싶어
저녁노을 바라보며
간절히 기도했죠.
후덥지근했던 날들—
먹장구름 몰려오더니
장맛비로 바뀌었지요.
조마조마 마음 졸이며
애가 타던 그때,
띵동— 반가운 소리가
귀에 닿았지요.
한걸음에 달려가
당신 품에 안겼지요.
그저 감사뿐—
할 말을 잊었어요.
새 문을 열어 주셔
조심스레 나가 보니
비유와 상징 만발한
시의 나라이라지요.
시의 여인 반겨 맞고
남은 사연 길쌈하니,
말없는 응답 위로
조용히,
사랑의 노래 불러요.
마음 깊은 곳까지
닿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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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단순한 등단의 기록이 아닙니다.
삶의 오랜 기도와 기다림,
말없이 품어온 간구의 시간이
한 편의 시로 응답받은 순간을 담았습니다.
씨앗은 단순한 생명이 아니라
시의 시작이자 믿음의 결심이었고,
저녁노을은 풍경이 아닌
성령님의 임재이자 신의 얼굴이었습니다.
꽃씨를 심는 손은
시인이자 기도자였으며,
그 손에 닿은 한 줄의 시는
말없이 듣던 기도에 대한 응답의 탄생이었습니다.
이 시가
당신 마음 깊은 곳까지 닿기를,
그곳에서도 응답처럼 피어나기를 소망합니다.
— 홍주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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