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출근길 마주친, 초록빛 바다

by 홍주빛

오랜만에 마주한 김매는 모습을 찍은 사진입니다
출근길, 뜻밖의 초록빛 바다를 마주하다.
김매는 세 사람의 뒷모습에서 계절과 마음을 읽었다.



《출근길 마주친, 초록빛 바다》

- 홍주빛


7월의 입구에서, 농촌 들판은 초록빛 바닷물이 출렁인다.
가장 아름답고,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때다.


오뉴월에 모내기한 논에서 아기 모들이 논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조금씩 까치발을 들고 서는 듯하다.
자식이 하나면 외롭다며 두셋씩 낳듯, 벼도 이즈음 새끼를 친다.


농부들은 칠월의 땡볕 속에서도 논의 물을 천천히 빼낸다.
그래야 태풍이 와도 꺾이지 않을 만큼 다리 근육이 단단해진다.


산골짜기 논에는 목이 길고 다리가 가느다란 황새가 가끔 내려앉는다.
예전 같으면 미꾸라지며 우렁이, 개구리까지 먹잇감이 풍부했겠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미꾸라지며 우렁이는
이제는 마트에서나 겨우 만날 수 있다.

어릴 적엔 유월쯤 보리를 베고, 감자를 캘 때면
개구리가 많아 아이들과 잡아 구워 먹기도 했다.
하지만 농약 살포가 늘어나면서
추억 속의 미꾸라지와 우렁이는 자취를 감췄고,
개구리도 풀숲 어귀에서
여름밤이 깊어간다며 간혹 울어줄 뿐이다.


이제 농촌도 많이 달라져
무엇이 진짜 ‘고향의 맛’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이른 아침, 출근길.
논에서 김매는 사람들을 오랜만에 보고
뜻밖의 감동에 차를 멈춰 세웠다.


왠지 정겹고,
어릴 적에나 보았던 풍경이라
발길이 저절로 머물렀다.

가만히 서서, 사진도 한 장 남겨본다.


초록빛 바다에서 물장구치듯,
파도를 타듯 비틀거리며 김을 매고 있었다.
그들은 자식을 돌보듯,
7월의 벼 위에 정성을 조용히 새기고 있었다.


아마도 그 세 사람은 가족일 것이다.
이 지역에선 오리농법이나 우렁이농법이 흔하지만,
그들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논을 돌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왠지 모르게 따뜻한 정이 느껴졌다.


초록빛 바다 위,

남긴 걸음마다 풍년이 피어나길-


황금물결 출렁일 가을을 떠올리니,

노란 웃음이 저절로 번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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