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댄스를

by 홍주빛

적과의 댄스를
-홍주빛


밀림은 냉혹한 약육강식의 세계였다.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잡아먹느냐, 먹히느냐—
운명의 주사위가 매번 던져졌다.

“언니~” 다정히 부르던 후배는
누런 이빨을 번득이며
내 먹잇감을 노렸다.


깜짝 놀라 물러서다
돌부리에 걸려 비틀대며
겨우 중심을 세웠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눈을 감고 하나님을 부르며
“오죽하면 그랬을까요…”
이해하려, 괜찮은 척
숨처럼 중얼거렸다.


호랑이 굴에 물려가도
정신 바짝 차리면 괜찮다던
옛말을 꼭 붙잡고
어떻게든 그 숲을 건넜다.


마침내 밀림이 끝나고
평온한 초장이 열리자
야수는 다정한 얼굴로 변해
지금, 내 앞에 서서
춤을 추자며 손을 내민다.


어색한 마음을 내려놓고
조심스레 발끝을 맞춘다.

음악은 멈췄지만—
그림자 위를 밟으며
우리는 여전히 무대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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