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을 앞둔 어느 현장체험학습의 기록
버스는
조금 늦게 떠났고
내 마음은
조금 일찍 흔들렸다
핑크빛 겉옷, 아이보리 바지
배낭 속에 넣은 건
도시락보다 오래된 기억이었다
바나나, 삶은 달걀,
딸기잼 한 숟가락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게
아직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아침
사천족두리풀은
넓은 잎 뒤에 꽃을 숨기고 있었다
그 수줍음이 오히려 단단해 보여
나도 모르게,
그 애를 닮고 싶어졌다
춘양은
겨울이 너무 길어
사람들이 봄을 먼저 불러온 마을
‘봄볕이 오길 바라는 땅’
그 이름만으로 따뜻해졌고
아이들이 내게 준
새 계절 같았다
백두산 호랑이는
우릴 바라보며 천천히 돌았다
어제는 가만히 있었다는데
오늘은
마치 우리를 기다린 것처럼
그 무언의 인사는
아이들의 눈빛과도 닮아
나는 말없이
감사했다
돌아오는 길
아이들은 교가를 부르고
나는 따라 부르지 못한 가사 대신
함께한 시간을 흥얼거렸다
이 여행이
마지막일 줄 알았던 나는
여정 끝에서 조용히 알게 되었다
다시 걷게 될 길이
여기서부터
열리고 있다는 것을
정말,
좋은 소풍이었어
그리고,
나는 오늘처럼
아이들의 곁에 머무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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