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글자와 씨름하다보면 글을 쳐다보기 싫어진다.
긴 글을 못 읽는 것도 그런 이유다. 단행본 책 한권을 읽기가 버겁다.
모두 글로 밥을 먹고 산 이후에 있는 일이다.
뉴스를 만드는 일에 종사하다보면, 세상의 일과 내 일의 분간이 없어지는 느낌이 든다.
퇴근을 해도 퇴근을 하지 않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일을 마쳤는데, 마치지 않은 느낌에 휩싸인다.
술자리에서도 우리는 뉴스 얘기를 한다. 조국이 어떠느니, 삼성이 어떠느니, 트럼프가 어떠느니.
혹자에겐 술자리 농이고, 내가 속한 일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놀이일텐데. 우리는 뉴스가 일이다.
술자리에서 떠드는 시답잖은 이야기조차 우리는 세상 돌아가는 얘기다. 뉴스다. 가끔 버겁다는 생각도 한다.
군입대 전에는 말랑말랑한 글도 많이 썼다. 주로 연애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때 연애는 참 순수했지만, 힘겨웠다. 내 맘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었다. 을이었다.
여자친구는 늘 갑처럼 굴었다. 맘에 들지 않는게 있으면 늘 연락이 안됐다.
발만 동동 구르다 헛헛한 마음을 글로 썼다. 그때도 살기 위해서였다.
글이라도 안 쓰면 풀어낼 곳이 없었다. 술은 잘 마시지 못했고, 뛰는 것도 영 싫었다.
생각해보면 허영심이 컸다. 글을 잘 끄적이면, 친구들이 반응했다.
너 글 좀 쓰는구나. 좀 있어보인다. 라는 말에 괜시리 으쓱했다.
스물두살, 스물세살. 그땐 그랬다. 좀 있어보이고 싶었다. 내세울 거라고는 불알 두쪽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회사에 와서 정신없이 살다보니 5년이 다 됐다.
막내는 아니고, 그렇다고 중견은 아니지만 글 팔아 돈을 좀 벌었다.
땀을 흘리지도, 밤을 새지도 않고, 앉은 자리서 갈기고 받자니, 속으로는 좀 우스웠다.
과연 이렇게 평가받을만큼 온전한 글을 쓰고 있나. 힘을 쏟았나. 괜히 부끄러웠다.
잊고 있었던, 살고자 하는 글을 쓰고 싶다.
머리속에 파편으로만 흩날리던 이야기를 툭 던져두고 싶다. 그래서 아직 내 머리가 쓸만하다고 느껴보고 싶다.
한달동안 차곡하게 모아보겠다. 또 모른다. 매일 자리에 앉지 않으면 이골이 날지도.
뉴스와는 다른 느낌에 이 시간이 설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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