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커넥트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경제기자 홍키자] 10번 망하고, 11번째 회사를 2조원에 매각한 대표
10번을 망하고나서, 11번째로 회사를 차리겠다고 하면 주변에서는 미쳤다고 하겠죠. 가족들은 물론이고, 찐친들은 모두 나서서 "할만큼 하지 않았느냐"라고 다독이겠죠.
11번째 회사가 또다시 쪽박으로 끝날지, 쪽박이 아니라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구렁텅이로 몰아넣을지, 소소한 성공을 가져다줄 지, 인생을 바꿀 대박을 가져다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안상일 하이퍼커넥트 대표가 딱 그랬겠죠. 그의 회사 하이퍼커넥트가 미국 데이팅앱 틴더를 운영하는 매치그룹에 2조원에 매각됐습니다. 약 2조원. 4조8000억대에 매각된 배달의민족 다음으로는 최고의 가격을 평가받았죠.
오늘자 매경 1면과 안쪽면 털어서 회사의 성공 비결에 대해 풀었습니다.
김밥집 옷가게 검색엔진…10번 실패후 K앱 '2조원 잭팟'
아침 6시18분에 매각 관련 자료가 와서, 기사를 급하게 쓰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회사를 모르더라고요. 랜덤영상채팅 앱을 운영 중인 회사로 전 세계 1억명이 쓰고 있는데, 한국에선 인지도가 쌓여있지 않았으니까요. 물론 스타트업 업계 사람들은 모르면 간첩일정도로 유명한 회사였고요.
기사를 다 털고보니, 이 회사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서너가지 요소가 결합돼 있더라고요.
일단 안상일 대표는 집요하고 끈기 있는 사람입니다.
11번째 회사에서 대박을 쳤죠. 그 전까지 늘 망한건 아니지만, 사업을 펼쳤다 접었다를 반복했습니다. 맨 처음 접한건 '김밥장사'였죠.
서울대 공대 들어갔는데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어야했어요. 2000년이었고요. 그 때 김밥을 팔았어요. 돌돌 말린 김밥. 근데 거기다 하나 더 붙였죠. 바로 우유. 김밥+우유는 2000원에 묶어 팔았죠. '묶어 팔기' 판매전략은 성공했고요. 하루 3시간 일하고도, 월에 100만원을 벌었습니다.
조금 규모가 큰 첫 창업은 대학 3학년 시절인 2007년 검색엔진 업체 '레비서치'를 창업한 것이에요. 외부 투자도 받고 30명 남짓 직원들도 꾸렸지만 2008년 외환위기와 맞물려 쫄딱 망하고 말죠.
안 대표는 "준비 없이 유행을 좇은 탓"이라고 망한 이유를 설명했죠.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2006년 자신이 만든 검색엔진 '첫눈'을 네이버에 300억대에 매각하는 것을 보고 돈이 되겠다고 뛰어든 것이죠. 검색 기술이라는 게 굉장히 복잡한 것인데, 준비가 부족했다는 고백이에요.
창업자 7명이 모은 5억원은 1년만에 녹아버렸고, 직원들 퇴직금까지 모두 주고나니 8억원의 빚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안 대표는 땡처리 업자들이 마지막 남은 사무실 책상까지 들고 가던 날, 환한 표정으로 기념 사진을 찍었대요 ㄷㄷㄷ 보통 멘탈이 아닌거죠 ㅎㅎㅎ 이 정도 멘탈이니 또다시 창업할 생각을 했겠죠.
제 기사에 달린 댓글 중 하나 "빚을 저렇게 졌는데, 또 어디서 돈이 나서 회사를 차렸지?"
그게 바로 '창업 생태계' 덕입니다. 말이 좋아 생태계지, 네오위즈에서 일했을 때 인연을 맺은 장병규 의장이 도움을 줬어요.
사무실도 내어주고 돈도 빌려줬죠. 장 대표에게 지원받은 계약금으로 매물로 나온 온라인 커뮤니티 업체를 계약금만 주고 후불로 인수해 운영했습니다. 사진 스튜디오를 동업하기도 했고요.
빚부터 갚기 위해 모텔촌 한가운데 있는 값싼 오피스텔에서 먹고 자며 프로그램 개발부터 기획안 외주까지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고 안 대표는 소회했죠.
창업을 위해 뛰는 창업가 후배에게 선뜻 돈을 내어줄 수 있는 것만으로 장병규 의장은 생태계 역할을 한 셈이죠.
하이퍼커넥트는 최대한 초창기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영했습니다. 의미있는 매출이 안나오면, 투자금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죠. 창업 2년간 100억원의 투자를 받았지만, 투자없이 자립할 수 있는 방법에만 집중했어요. 2007년 창업했던 레비서치 망할 때 무리하게 투자금 쓰다가 힘들었던 경험 덕분이죠.
이를 위해 '유료화 전략'을 적절하게 펼쳤죠. 아자르는 기본 서비스는 무료였고, 랜덤채팅 기반이었고요. 남자나 여자 성별을 나누지 않고 연결됐죠. 하지만 이용자가 채팅 성별과 지역을 특정하게 하려면 비용을 지불하게 한 거에요.
사진 기반으로만 연결시키던 틴더에 비해서, 아자르는 영상이니 실제 모습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고요. 손짓이나 표정 등 비언어적 요소가 상대와의 랜덤 채팅을 더 재밌게 만들었죠.
주저리주저리 쓰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도 듭니다.
지나고 나서 보니, 그게 과정이었고, 고난의 극복이었지만. 당사자는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지 않았을까요? 글자에 묻어나지 않는 숨이 안 쉬어지던 고통의 나날들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결국 오래 버틴 사람이 승리자라고 하죠. 이런 사례가 더 나오면 좋겠습니다. 오래 버티고, 힘을 모으는 게 헛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많은 성공담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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