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았다

그게 나의 공간에 대한 집착인지는 몰랐다

by 홍키자

어릴적 누군가 한번쯤 당해봤고, 해봤을 놀이가 있다. 친구 위로 겹겹이 몸을 포개 가장 아래 있는 놈이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 돼야 끝나는 놀이, 일명 햄버거.


고등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던 시절 으레 그런 놀이를 하곤 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기숙사 방에 몰래 들어가 자거나, 배를 깔고 엎어져 있거나, 그러거나 말거나 누군가가 올라타기 좋은 자세로 땅에 배를 대고 있으면 우린 올라갔다.


우와! 한 명, 두 명, 세 명이 등 위로 엎어지고 가장 아래 있는 놈이 "살려줘"라는 외마디 비명을 내질러야 놀이가 끝났다. 그리고 결심하는거다. 다음에 걸리는 놈은 더 극악한 고통을 느끼게 해주겠다고.


죽을 것만 같았다. 숨이 막히는 그 느낌이 지독하게도 싫었다. 다 큰 사내놈들이 몸을 붙이고 버둥거리는 것도 싫었겠지만. 그 숨막히는 기분이 정말로 죽음의 문턱 바로 앞에 있는듯한 느낌이었다. 나와 너의 공간이 한뼘도 아니 1mm도 없는 그런 순간에 느끼던 그 숨막힐듯한 공포.


친구들에게 햄버거를 당하면 소리를 질러댔고, 인상을 썼다. 몸을 풀고 나면 늘 텁텁한 기운이 몸 위아래를 훑었다.

최소한의 나를 위한 공간, 그것에 대한 집착인지는 꽤 오래 뒤에 깨달았다. 전혀 침해받지 않을 공간이 있어야만 했다. 물리적인 공간도 그렇지만, 정신적으로 자유로운 공간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침해받지 않을 나만의 공간. 그 자리를 없애가며 나를 속박하는 건 일시적이었지만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특별한건 아니었다. 하루 종일 다양한 이유로 스스로를 소진한 내가 멍하게 쿠션에 등을 기대고 앉아 노래를 듣는 것, 뉴스 기사를 읽는 것, 멍하게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것 등이 여기 포함됐다.


갑작스런 번개 모임에 불려가게 되거나 계획에 없던 일을 하게 될 때 느끼는 껄끄러운 감정들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나의 공간이 갑작스럽게 침해받는 느낌이랄까.


그러니 "널 온전히 이해하고 있어"류의 내가 쓰는 말들은 온통 수사일 뿐이다. 지극히 내 관점에서, 내 이기심을 투영해서 널 이해했다는 의미일테다. 바뀌어보려고 무던히 애썼지만 난 쉽게 변하지 않는다.


알다시피 인간은 쉽게 변하지도, 바뀌지도 않는다. 조금 덜 그런 척 행동하는 것일 뿐이다. 문득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너의 공간을 온전히 내어주는 연습을 해야 좀 더 타인에게 상처를 덜 입힐텐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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