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과 에티튜드
[경제기자 홍키자]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빌보드 2위 찍을수밖에 없었던 이유
지난주 유퀴즈에 빌보드 1위만 세번이나 한 우리의 영웅 '방탄소년단'이 출연했죠.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이 최정상에 위치한 사람들만이 뱉을 수 있는 얘기들을 20대 청년들이 담담하게 내뱉더라고요.
“어느 정도 바닥이 보여야지 날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구름 사이에 있으면 날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든다. 여기까지 나는 게 우리가 바라던 건가 싶더라” -슈가
성공과 성공이 끝없이 이어지는 삶을 경험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두려움에 대한 소회를 풀어놓더라고요.
'이야. 구름 사이로 날고 있으면 바닥이 안 보인다니... 저런 말을 하다니 대단한데?' 라는 생각을 하는 찰나에 전 싸이가 떠올랐습니다.
강남스타일로 2012년을 수놓았던 한국인 최초의 빌보드 2위 가수.
2012년 10월에 서울시청 앞에서 했던 서울콘서트서 방방뛰었던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더라고요.
가수 싸이가 요새는 가수 제시나 현아의 프로듀서를 하고 있는 모습이 언뜻 비치더라고요. 그러던 와중에 요 기사를 만났습니다.
근래 읽은 기사 중에 가장 좋았습니다.
가수 싸이는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본인을 잘 팔기 위한 브랜딩을 세우는 데 에너지를 쏟아부었더라고요.
인터뷰 한 편에 상품과 서비스를 팔기 위한 브랜딩의 정수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과거에는 ) 가수 싸이의 브랜딩만 하면서 살았죠. 저는 항상 ‘주제 파악을 잘했다 ’고 하거든요. 얼마나 관리를 했느냐 하면, 소위 떴으니 발라드에 도전한다거나, 하다못해 염색을 하거나 귀를 뚫은 적도 없거든요. 유일한 변화가 컴백할 때 가르마 바꾸는 거 정도? 소프트웨어가 ‘또라이’더라도 하드웨어는 단정하게 가는 게 길이라고 봤어요. 제가 했던 가수 싸이에 대한 주제 파악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저는 약속되지 않은 동선을 별로 안 좋아해요. 스태프들과 공연 기획을 할 때, 이 구간은 애드리브로 갈 거니까 비워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 역시 기획이죠. 물론 그 구간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는 아티스트의 영역이지만 그 구간을 비운 것은 기획입니다. 말하자면 가공된 자유로움"
"가사가 발칙해도 심의는 통과되어야 하잖아요?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데, 발칙함의 극단으로 치달아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방송을 탈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나요. 그런 선 타기를 열심히 했어요"
가수 싸이의 모든 퍼포먼스와 외관은 철저한 기획을 거쳐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얘깁니다. 대중들이 본인에게 원하는 것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알았기 때문에 발라드를 하며 음악 스타일을 바꾸거나, 염색을 해서 본인의 외관을 바꾸지 않았고요.
공연에서 갑작스럽게 애드리브 치는 부분도 그 부분에서는 애드리브로 공연을 끌고가야지 하고 미리 계획의 범주 안에 들여놓은 겁니다.
발칙하긴 하지만 심의를 절대 통과하지 못할 가사로 문제의 중심에 서지도 않았죠. 결국 다 철저하게 수백번 짜놓은 동선 위에서 삶을 꾸려간 것이고요. 수백번 연습해놓은 동선이라 자연스러운 즉흥도 가능했던 것이죠. ㄷㄷ
"전 고민을 엄청 많이 해요. 8집 타이틀곡인 ‘뉴페이스’는 최종 파일명이 46버전까지 갔어요. 완성 이후 46번 고친 거예요. 누군가 의견을 내면 저는 고쳐요. 뮤지션이 이렇게 에고가 없나 싶을 정도로 의견 수렴을 많이 합니다. 가족에게까지 다 들려주고, 별로라고 하면 그 사람이 좋다고 할 때까지 또 고쳐요. 전 소비자를 가장 최우선시했습니다. 공감을 얻지 못하는 메시지는 넋두리잖아요. 저는 음악을 통한 자아실현이 상단에 있진 않았어요. 서비스업이라는 생각이 꽤 강해요"
성공한 가수로서 목에 힘 좀 줄법도 한데 목에 힘주지 않죠. '음악을 통해 저를 표현하고 싶었어요'와 같은 얘기 대신, 소비자가 원하는 노래가 될 때까지 완성도를 높여왔다고 고백합니다. 에고가 없다는 비판을 들어도 어쩔 수 없다, 소비자에 처절할정도로 맞췄다! 대중이 나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움직임이죠.
'싸이의 음악은 이런 음악이었으면 좋겠다'는 대중의 마음이 있고, 싸이는 그와같은 대중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냈고요. 내 음악을 들어본 사람이 이해를 못하면 이해를 할 수 있을 때까지 고쳐왔다. 예술입네 하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크...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사람이 갖춰야 할 가장 적확한 기본자세죠.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판매하고 그들의 니즈에 철저히 맞춘다.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과 사람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의 간극을 얼마나 줄여갈 수 있느냐에 따라 성공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것이죠.
'멋지다'와 '멋있다'를 구분해 말하는 부분도 인상깊었어요.
"‘멋지다’와 ‘멋있다’는 다르지 않을까 싶은데요. 멋있다는 피지컬이고 멋지다는 애티듀드라고 봐요. 살면서 멋있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지만 멋지다는 소리는 좀 들어본 것 같아요"
결국 에티튜드. 내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는지에 따라 멋지다는 얘기는 언제든 들을 수 있으니, 나에게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는 얘기. 빌보드 2위로 싸이도 특정 직업의 정점을 찍은 사나이인데. 싸이가 주는 메시지에서도 '에티튜드의 중요성'이 묻어나네요.
인터뷰 참 좋더라고요. 제가 인터뷰를 좋아하는 이유가 딱 이런 거에요. 툭하고 내뱉은것만 같은 말들 속에서 반짝이는 보석같은 나만의 한줄이 들어있거든요. 인터뷰이의 반짝이는 속내를 얼마나 빼낼 수 있는지는 인터뷰어의 능력이고요.
월간디자인의 싸이 인터뷰 꼭 한번 일독을 권합니다.
#홍키자 #싸이 #박재상 #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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