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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밀밀 Aug 16. 2022

천차만별 1인가구를 위해

<파주소식> 8월호에 참여했습니다

파주시 시정 소식지 <파주소식>에 1인가구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강민수 기자와 함께 책 <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를 펴낸 것이 6년 전인데 그 사이 1인가구는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가 되었다. 비혼, 고령화 등으로 1인가구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제 누구든 1인가구가 될 수 있다. 


<마을의 귀환>과 <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에서는 대안적 커뮤니티, <엄마는 누가 돌봐주죠>와 <내 일을 지키고 싶은 엄마를 위한 안내서>에서는 기혼 유자녀 여성의 일과 삶. 


그동안 동료들과 함께 만들었던 작업물을 다시 살펴보면서 한 가지 주제에 천착해 화두를 던지는 일을 내가 좋아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다음 주제는 무엇이 될까. 


실제 잡지에는 파주시 1인가구 현황과 함께 재편집된 글이 실렸다. 



처음에 보냈던 원문을 아카이빙 차원에서 남긴다. 



천차만별 1인가구를 위하여 

                                                                                                    

누구든 될 수 있는 1인가구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책 <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를 출간했을 때의 일이다. 한 방송사에서 1인가구에 대해 취재하고 싶다며 인터뷰 요청을 해왔다. 


책을 읽지 않고 온 것이 분명한 중년의 취재 기자는 인터뷰 내내 은연중에 1인가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1인가구? 그거 히키코모리처럼 집에 혼자 틀어박혀서 범죄 저지르는 사람들 아니냐고. 그에게 “1인가구도 그저 평범한 삶의 형태”라고 강조해 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더욱 말문을 막히게 했다. 


“에이, 아직 젊어서 세상 물정을 잘 몰라서 그래. 세상에 이상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시간이 흘러 당시 네 명 중 한 명이었던 1인가구 비율은 현재 31.7%로 늘어났다(2020년 인구총조사 기준). 우리가 ‘정상가족’이라 여겨왔던,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사는 3~4인 가구(29.3%)보다 1인가구가 오히려 더 많아진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30년 후인 2050년에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의 약 40%가 1인가구가 될 전망이다. 


‘혼자 살면 홀가분하고 편하겠다’, ‘혼자 살면 외롭고 쓸쓸하지 않아?’1인 가구는 너무나 쉽게 동경 또는 동정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가 “자폐의 공식적인 진단명은 자폐 스펙트럼”이라며 “스펙트럼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자폐인은 천차만별”이라고 하는 것처럼 1인가구의 스펙트럼도 천차만별이다. 


부모로부터 독립해 학업이나 직장 때문에 혼자 살고 있는 사회초년생부터 자발적/비자발적으로 결혼제도에서 벗어난 비혼가구, 배우자와 사별한 노년층까지. 인구통계상 똑같은 1인가구라도 혼자 사는 이유, 1인가구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만족도나 고충은 천차만별이다. 비혼과 비출산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1인가구는 이제 누구든 당사자가 될 수 있는 보편적 삶의 형태가 되었다. 


따로 또 같이 


결혼을 하고 가족을 꾸리고 살아가는 것만큼이나 혼자 1인분의 삶을 책임지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다. 집세와 생활비 등 경제적 부담은 물론이고 내가 나 자신을 오롯이 돌봐야 한다는 정서적 불안감도 따른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이 고민과 취향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다.


<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는 서울, 인천, 청송, 제주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1인가구 커뮤니티를 취재한 책이다. 1인가구들은 가볍게는 함께 모여 밥을 나눠먹고 텃밭을 가꾸는 것부터 시작해서 ‘미친 집값’의 부담을 덜기 위해 공유주택을 구해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2013년 문을 연 ‘청년연대은행토닥’은 조합원들이 5천 원, 1만 원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무담보 소액 대출을 하면서 서로의 든든한 경제적 안전망이 되어줬고, 여성 1인가구 커뮤니티는 병원 동행 등 1인가구 돌봄 공동체를 고민했다. 세대를 뛰어넘어 혼자 사는 청년들이 독거 노인들을 위해 반찬 나눔 활동을 하거나 어르신들의 삶을 기록하는 생애 구술사 작업을 하기도 했다. 


1인가구 커뮤니티는 1인가구만으로 이루어진 커뮤니티를 의미하지 않는다. 인천 검암에 위치한 ‘우동사(우리동네사람들)’가 대표적인 예다. 우동사는 2011년 귀촌을 꿈꾸는 청년 6명의 주거 공동체로 시작돼 현재는 1인가구뿐만 아니라 기혼 커플, 동거 커플, 아이가 있는 커플도 함께 살아가는 ‘사회적 가족’으로 성장하고 있다. 1인가구들은 혈연 중심의 정상 가족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사회적 관계망을 만들어가고 있다.


1인가구 숫자가 늘어날수록 다양한 관심사와 가치관을 반영한 1인가구 커뮤니티가 생겨나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거주할 수 있는 가구와 시설을 갖춘 셰어하우스가 문을 여는가 하면, ‘여기공 협동조합'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집 고치는 여성들'이라는 이름으로 기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한다.

 

‘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기 싫은' 1인가구들에게 중요한 것은 ‘따로 또 같이'다. 혈연이나 지역을 기반으로 한 기존의 공동체와 달리 1인가구 커뮤니티는 ‘자기만의 방'을 지키면서도 타인과의 느슨한 연결을 추구한다. 


혼자서만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청년층 비율이 높은 현재의 1인가구와 달리 30년 뒤 1인가구의 절반 이상은 노년층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전히 1인가구 커뮤니티는 소비력과 활동력이 있는 2030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중장년, 노년층을 위한 사회적 연결망은 여전히 부족하다. 


국회미래연구원의 ‘1인 가구의 행복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이하 1인 가구의 행복감에 비해 40대 이상이 될수록 행복감이 점차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 수준과 안전, 일에 대한 만족도,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 등이 행복감에 영향을 미쳤다. 60대 이상 고령 1인 가구는 행복감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고립돼야 했던 지난 2년여의 시간은 역설적으로 인간이 얼마나 사회적 연결이 필요한 존재인지 증명했다. 혼자 잘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혼자서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는 세상에 없다. 천차만별 1인가구를 위한 보다 섬세한 연결망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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