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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밀밀 Jul 07. 2023

기회를 놓치는 마음에 대해

하지 않겠습니다 

메일을 받았다. 2년 전에 같은 메일을 받았다면 뛸 듯이 기뻤을 것 같다. 이런 기회가 오다니, 어떻게든 일이 되게 만들고 싶어서 안달이 났겠지.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하나도 설레지 않았다. 한참이나 메일을 붙들고 있다 에둘러 거절의 답장을 보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한번 도전해 볼까 라는 마음 앞에서 서성대다 아무래도 지금은 무리일 것 같다고 말했다. 


2년 전의 나라면, 그래도 해봐야 후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해보면 뭐든 내 안에 남을 테니까 도전해 보자고. 지금의 나는 망설여지는 마음이 생길 때 내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단순히 겁이 나거나 부담이 돼서 피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최근에 ‘하지 않겠다'라고 했던 일 대부분은 후자였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애써 헤집으려 하지 않았다. ‘하기 싫다'는 마음에 집중하려고 했다. 


어떻게 사람이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있냐는 질문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지금 내게는 여백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 나의 시간과 에너지가 유한하기에 되도록이면 마음이 끌리는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고 싶다. 그리고 일을 하지 않는 여백의 시간을 사수하고 싶다. 일이 중요하지 않아서 그렇냐고? 오히려 반대다. 일이 곧 존엄성의 근원이라는 신화에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그럼에도 일은 내게 자부심이다. 그래서 설레는 일, 마음이 기꺼이 움직이는 일을 하고 싶다. 


그럼에도 이래도 괜찮을까 라는 질문이 맴돈다. 계속해서 일을 벌이고 들어온 기회를 잡고 나를 알려야 하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무엇을 위해서?’라는 물음 앞에 선다.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에 갔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면 여전히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만큼 자전거가 익숙하니까 그렇겠지. 자동차가 아니라 자전거만 탄다면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한정될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그냥 자전거만으로 괜찮을 수 있지 않을까. 


내 안에서는 자동차를 타고 더 멀리 떠나고 싶은 욕망과 자전거만으로도 충분한 마음이 싸운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살면서 무모하게 무리해서 도전해야 할 시기가 있고 그냥 지금처럼 흘러가는 대로 여백을 느끼며 살아갈 때도 있지 않을까. '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고 나니까 가슴 두근거리던 것이 사라졌다. 이거면 된 것 아닐까. 


+

번아웃과 노동에 대한 책을 읽고 일의 의미에 대해, 어떻게 일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번아웃 북클럽'을 다음주부터 시작한다. 번아웃을 겪고 있는 사람, 일에 자꾸 과몰입하게 되는 사람, 번아웃 회복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 모두 환영이다. 이건 정말로 재밌어서 하는 일이다. 신청은 아래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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