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을 때
10주년 결혼기념일을 맞아 호캉스를 왔다. 저녁에는 호텔 중식당에서 지난해 맛있게 먹었던 북경오리를 먹기로 했다. 체크인을 하고 남편과 아이는 수영을 하러 가고 나는 방에 홀로 남아 외주 원고 작업을 하고 있다. 남편이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수영을 안 하면 아쉽지 않겠냐고 했지만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여기서 더 밀리면 똥줄이 너무 타. 그냥 일할래.”
지난주에는 인터뷰 5건을 했고 7건의 질문지를 보냈다. 인터뷰는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됐는데 하루에 두 건씩 인터뷰를 하는 날도 있었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싶었는데 취재 기자로 일할 때는 매번 이런 일정을 소화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낡고 지치지 않았을 뿐. 아, 그때는 애도 없었구나.
10년 넘게 인터뷰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도 인터뷰 질문지를 짤 때마다, 인터뷰 시작 시간을 기다릴 때마다, 인터뷰 원고를 쓸 때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인터뷰가 끝나면 진이 빠지면서 얼굴이 하얘진다. 지난주에 무리한 여파 때문인지 어제는 배탈과 몸살이 심해서 자체 휴가 내고 푹 쉬었다. 덕분에 컨디션이 다시 좋아졌다. 북경오리 못 먹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오늘 오전 온라인 인터뷰에서는 인터뷰이가 ZOOM 화면에 접속했는데 뒷배경이 KTX 열차였다. 순간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지만 KTX 열차 안에서 인터뷰를 해야 하는 인터뷰이의 상황도 이해가 갔다. 이미 인터뷰이의 일정 때문에 한 차례 미뤄진 인터뷰라 오늘은 인터뷰를 해야 했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다소 아쉽게 인터뷰가 끝났지만 나는 질문할 수 있는 것을 다 질문했고 인터뷰이도 할 수 있는 대답은 다 했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으니 너무 자책하지 말아야지. 인터뷰도 사람의 일이니 매번 100%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지.
브런치스토리에 일주일에 한 번씩 ‘인터뷰의 뒷면’ 원고를 올리기로 했는데 이번주는 빵꾸를 냈다(찔리는 마음에 이 글을 쓴다). 오마이뉴스에 연재하는 ‘문제적 여자들’도 업로드 못한 지 한참이다. <나를 키운 여자들> 북토크에서 그렇게 글쓰기의 중요성을 말해 놓고 정작 나는 글 한 줄 못 쓰고 있는 아이러니라니. 요즘 몰입하는 것은 외주 인터뷰 작업, NCT 덕질, 스우파 정도. 11월 말에 하는 NCT127 콘서트 가려고 클럽 H.O.T 이후 처음으로 팬클럽도 가입했다(해찬아 기다려!)
며칠 전 또 다른 인터뷰 취재를 가면서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는 프리랜서 동료에게 물었다. 그 많은 일을 대체 어떻게 다 하냐고. 동료는 말했다. 어쨌든 일은 끝나게 돼있으니까 30% 정도만 덜 열심히 한다는 생각으로 하라고. 이미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으니 30% 정도 덜 열심히 해도 된다고. 어쩌면 오늘 인터뷰도 그랬을지 모르겠다. 이런 날도 있는 거지.
프리랜서 1년 차인 올해는 프리랜서로서 일하는 법을 배우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남편이랑 아이가 돌아오기 전까지 다시 작업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