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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밀밀 Nov 16. 2023

독 짓는 프리랜서

징징징 

징징대면서 일하는 스타일이다. 오늘도 인스타 스토리에 일하기 힘들다 징징징,이라고 올릴까 말까 하다가 그만둔다. 일하기 힘들어 징징징,에는 내가 일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인정받고 싶은 마음, 나의 쓸모를 확인하려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런치에 징징대기로 했다 ㅎㅎㅎㅎㅎ


일요일 아침,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밖에 나왔다. 주말에도 못 쉬고 일한 지 거의 두 달이 되어간다. '남편 미안해, 고마워, 조금만 더 참아줘' 말하고는 커피숍으로 향했다. 가볍게 시작했던 외주 작업이 생각보다 너무 일이 많고 너무 어렵다. 이후에 어떤 주제를 다뤄도 이보다 어려운 주제는 없으리라는 확신이 든다.  


원고를 작성하면서 수많은 자료를 참고한다. 자료를 읽다 보면 똑같은 정보라도 더 정확하게, 더 알기 쉽게, 조금은 다르게 쓰려 노력한 흔적이 행간에 보인다. 글이란 왜 이토록 투명하고 정직한 건지. 보도자료를 보고 쓰더라도 한 끗이 다른 글이 있고, 반대로 '정말 쓰기 싫었구나', '억지로 쥐어짜냈구나' 싶은 글도 단박에 눈에 들어온다. 


글쓴이의 이름이 적히지 않은 자료를 발견하면 나 같은 프리랜서가 글을 썼겠구나 생각한다. 본인의 이름이 들어가지 않아도 이렇게 열심히 최선을 다해 썼구나. 이 사람에게는 이름이 들어가고 말고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구나. 


내가 지금 외주 작업을 하면서 쓰고 있는 글도 내가 썼다는 사실은 나만 기억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지금까지 바이라인에 내 이름을 걸고 썼던 글도 바이라인을 신경 쓴 건 나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내 이름이 들어가고 말고와 무관하게 이 글은 누군가의 역사를 기록하는 글이 되고 누군가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글이 될 것이다. 글은 계속 남는다. 글은 내가 알지 못하는 곳까지 가닿는다. 글이 무서운 이유다. 무엇보다 나는 내가 이 글을 썼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한 자도 허투루 쓸 수 없다.

  

남편은 내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독 짓는 늙은이처럼 일한다고 했다. 이런 자세는 프리랜서에게 해로운 걸까. 그래도 계속 일하다 보면 독 짓는 늙은이에게도 요령이라는 게 생기지 않을까. ‘못할 것 같아’, ‘도망가고 싶어’와 ‘그래도 해야지’, ‘할 수 있어’ 사이를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오간다. 일요일에 쓰기 시작했던 글을 목요일에야 마무리 짓는다. 이제 마감해야 할 원고 3개가 남았다. 



외주 작업 마무리 때문에 '인터뷰의 뒷면' 연재도, '문제적 여자들' 연재도 개점 휴업 중이에요. 양치기 소년이 되어버렸네요 ㅠㅠ 12월에 꼭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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