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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밀밀 Sep 23. 2024

유튜버 논란과 <심판자>들

 서평 에세이를 썼습니다 

한 유튜버 방송인이 논란에 휩싸였다. ‘학폭’과 ‘멤버 왕따 의혹’ 논란이 있는 걸그룹 출신 배우를 자신의 유튜브에 출연시켜 ‘가해자’를 옹호했다는 이유였다. 학폭과 멤버 왕따 의혹의 진실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유튜버의 행동이 과연 이 정도로 논란이 되고 비난받을 일인지에 대한 가치 판단도. 


그때 자신이 유튜버와 중학교 동창이라고 밝힌 익명의 누리꾼이 유튜버가 중학교 때 절도를 한 적 있다는 폭로 글을 올렸다. ‘그럴 줄 알았다’, ‘안 그래도 수상했다’라며 돌을 던지는 사람은 늘어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리꾼은 폭로가 거짓이었다고 자백한다. 자신을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허위 사실을 퍼트린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평소에 곽튜브를 좋아하지 않아서 이번 논란을 빌미로 허위사실을 유포해 곽튜브님이 욕먹게 하고 싶었다.”


지난해부터 아이돌 덕질을 하며 내가 관심을 갖게 된 주제는 온라인 공론장이다. 이목을 끄는 이슈가 나타나면 마치 게임이라도 하듯 돌을 던지면서 ‘정의롭다는 감각’을 느끼는 사람들, 진실이 무엇인지 애초에 관심도 없었다는 듯 다음 먹이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서 궁금했다. 이 끊이지 않는 ‘논란’을 추동하는 심리는 과연 무엇일까. 왜 어떤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과하게 화를 내고 조롱하면서 효능감을 느끼는 것일까. 무신경한 악의의 정체가 궁금했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이선주 작가의 <심판자들> 서평 에세이 청탁을 받았다. <심판자들>을 펴낸 책폴 출판사의 청소년문학 책에는 ‘첫 번째 리뷰’라는 이름의 서평 에세이가 함께 실린다. 이선주 작가는 온라인 세상의 논란을 청주의 한 고등학교 교실로 끌어온다. 소문과 오해, 가짜뉴스와 폭로전이 어지럽게 뒤섞이며 속도감 있게 소설이 전개된다. “옳고 그림, 선과 악을 나누려는 게 아니라 내가 어느 위치에 서 있는지 생각해 보자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는 작가의 말처럼, 소설을 읽고 있다 보면 ‘그래서 나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소설 속에 나오는 내용이 내 아이가 금세 맞닥뜨릴 현실일 것 같아 자주 간담이 서늘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소설이 현실을 재현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나는 서평 에세이에 이렇게 썼다. 


“좋은 소설은 독자에게 느낌표가 아니라 물음표를 던진다. 정아의 목소리를 통해 작가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묻는 듯하다. 타인을 함부로 재단하고 평가하는 좀비 같은 대중들로부터 당신은 얼마나 자유롭냐고.” 


유튜버 방송인에게 무분별하게 돌을 던지던 사람들은 그와 친밀한 관계인 또 다른 유튜버 방송인도 함께 비난했다. 비난의 메시지에 욕설로 '맞짱'을 떠서 논란이 된 유튜버 방송인은 아래와 같은 글을 남겼다. 


“주제넘게 조금 부탁드리고 싶은 건 어떤 일에 대해서 기사나 여론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각자의 생각대로 평가해 주시면 어떨까 한다.” 


이선주 작가는 <심판자들>에서 “진실이라는 게 눈송이 같다”라고 쓴다. 


“대충 보면 절대 몰라요. 가까이 다가가서 열심히, 자세히 봐야 알아요. 아, 이 부분이 사실과 다르구나, 하고요. 진실 알기를 게을리하면 안 돼요.” -이선주 <심판자들> 중에서 


심판대에 오르는 사람만 매일 달라지는 온라인 논쟁이 기이하고 지겹게 느껴진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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