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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밀밀 May 27. 2024

책을 가졌다는 느낌

1시간 버전 how sweet을 들으며 

-밤에 일하다 홀린 듯 책 세 권을 결제했다. 당장 이 책(들)을 읽어야 할 것 같았다. 오전 7시 이전 배송을 선택하면 택배 기사가 새벽에 엘리베이터 없는 4층까지 올라와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새벽 배송에 체크를 했다. 다음날 아침 문 앞에서 택배를 가져와 책을 확인했지만 당장 읽고픈 마음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내게는 그저 이 책을 '가졌다'라는 느낌만 남았다. '내가 다른 사치를 하는 것도 아니고 책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책을 샀다고 꼭 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강박이야' 같은 변명은 떠오르지도 않았다. 세 권의 책을 받아 들고 고스란히 책장에 넣으며 내가 했던 생각은, 내가 원했던 건 책이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나는 그저 책을 사는 행위로 도망을 쳤던 거구나. 이 행위로는 나를 채울 수 없겠구나. 이 책은 결코 내 것이 되지 못할 것이다. 


-인스타그램을 하다 보면 분명히 피드를 보러 들어갔는데 마지막에는 어디선가 결제를 하고 있다. 돈을 쓰는 곳은 책이 되기도 하고 옷이 되기도 하고 강연이 되기도 하고 인테리어 소품이 되기도 한다. 홀린 듯 스크롤을 내리다가도 이건 '가짜 배고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을 갈증. 


-지지난주는 수퍼노바를, 지난주는 하우스윗을 100번쯤은 들었을까. 신선하고 완성도 있는 기획, 귀를 잡아끄는 노래, 쾌감 자극하는 퍼포먼스. 그래. 다 좋은데 이렇게 갈아치우듯 빠르게 문화를 소비하는 게 맞을까. 소비가 아니라 소모되는 느낌. 지금도 하우스윗 1시간 버전을 틀어놓고 글을 쓴다. 뿅뿅뿅. 소리 좋아. 뉴진스-민희진 영원하세요. 


-프리랜서로서, 엄마로서 매일 소화하고 챙기고 해내야 하는 여러 카테고리의 일들. 지난주는 나를 몇 갈래로 나눠서 각기 다른 내가 임무를 수행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몇 번이나 했다. 어쩜 이 일은 해도해도 다른 방식으로 어렵고 막막할까, 한숨 푹푹 쉬다가 이 일이 이렇게 어렵지 않거나 매번 새롭지 않았다면 진작 그만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오늘은 오늘의 마감을 해볼까. 조금 있으면 아이가 깨서 방문을 열고 들어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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