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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만에 갖게 된 꿈돌이

어떤 결핍은 돌고 돌아서

by 홍밀밀

1993년 그러니까 초등학교 3학년 때 꿈돌이 인형이 그렇게 갖고 싶었다. 대전 엑스포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뉴스에서만 봤는데 엑스포에 다녀온 친구들이 부러웠던 걸까.


어느 날 사촌오빠가 꿈돌이 인형을 사준다고 했다. 몇 날 며칠을 기다려 선물을 받으러 가서 포장지를 딱 뜯었는데 꿈돌이가 아니라 미니 마우스였다. 그때 느꼈던 실망감이 아직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물론 미니 마우스도 예뻤지만 내가 갖고 싶었던 건 샛노란 꿈돌이었는데.


어른이 돼서 동갑인 남편이 자기는 그때 대전 엑스포에 다녀왔다고 말하는 걸 들으면서 한 맺힌 꿈돌이 생각이 났다. 날날이한테 그 이야기를 해줬는데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나 보다. 대전 꿈돌이 하우스에 갔는데 엄마에게 꿈돌이 인형을 꼭 사주고 싶단다.


지금의 꿈돌이는 그때 꿈돌이랑 다르게 생겼고 엄마는 그때만큼 꿈돌이 인형이 갖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그래도 아이는 한참을 인형 앞을 떠나지 못했다. 꿈돌이 인형을 구입하자 날날이가 나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


ECEAA612-678C-4877-81D6-346B21319D03_1_201_a.heic 오리지널과는 살짝 다른 꿈돌이@홍밀밀


“드디어 엄마가 꿈돌이 인형을 가질 수 있게 됐어.”


어떤 결핍은 이렇게 돌고 돌아서 채워지기도 하는 거구나. 나와 참 많이 닮았지만 나보다 훨씬 더 마음이 따뜻하고 여린 아이 덕분에.


날날이는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고 참고로 아직 용돈을 안 받아서 인형은 생활비로 샀다 ㅎㅎㅎ 대전에서 돌아와 날날이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엄마의 소망을 이루어서 좋았다.”


F2556E54-6624-4C16-9E0E-F8E9C0EAD427_1_201_a.heic 소망을 이뤄줘서 고마워@홍밀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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